모든 동물원이 동물 안락사를 실행하고 있는 건 아니다. 유럽과 아프리카 동물원들이 근친교배 등을 막기 위한 교배 전략으로 안락사를 택하고 있다면 미국은 동물 피임을 선호한다. 인도는 동물원 안락사에 대해 동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때만 안락사 시키도록 하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등이 안락사를 선호하는 건 그게 '야생의 상태와 훨씬 근접하다'는 이유다. 야생에서는 유전적 열성으로 불리하게 태어난 새끼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초기에 죽거나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그게 생물 종이 지금껏 진화하며 살아남은 전략이다. 따라서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는 동물원에서도 유전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마리우스 같은 동물은 안락사로 도태되는 것이 야생의 원칙과 근접하다고 주장한다. 피임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조정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반하는 행위이며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EAZA의 장기적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AZA가 마리우스의 안락사와 사자에게 먹이로 주는 과정을 어린 아이들에게 공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있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벵트 홀스트 연구보존책임자는 CNN 인터뷰에서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진실한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부모들이 마리우스의 해부 과정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 참관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은 동물 피임을 통해 동물원 개체수를 사전에 철저히 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안락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 전문가들은 피임을 위한 약물주사가 동물의 신체에 심각한 질환을 야기시킨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동물 안락사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각 대륙 별로 유럽혈통대장(ESB)같은 것을 만들어 동물원 이송을 광역화자는 주장도 있다. 원천적으로 근친교배를 피하고 동물의 수명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사로잡힌 동물 보호 협회(CAPS)의 리즈 타이슨 이사는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란 한 가지"라면서 "동물이 원래 살던 자연 서식지를 보호해 동물원이 아닌 그곳에서 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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