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일 김한길 지도부 교체와 지난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구원등판론을 제기해 파장을 낳고 있다. 그 동안 잠복해 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강경파와 온건파, 친노와 비노 등의 계파 및 노선 갈등이 본격화할 경우 6ㆍ4 지방선거를 앞둔 적전분열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표적 강경파인 정 의원은 이날 이인영 의원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개최한 '민주당의 혁신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지금의 당 지도부 얼굴로 6ㆍ4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에서) 문 의원을 찍은 48% 유권자를 흐트러뜨리는 (김한길 지도부의)우경화가 문제로, 민주당의 '묻지마 지지층'에다 문 의원의 개인기를 더해야 한다"면서 문 의원의 구원등판을 주장했다. 그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민주당의 존재감을 상실시키는 것"이라고 지도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논란이 확대되자 "김한길 대표 및 지도부의 사퇴를 뜻한 것이 아니라 조기 선대위를 꾸려 좀더 책임 있게 6ㆍ4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보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토론회 참석자들이 지도부의 '중도층 공략'에 비판적인 초ㆍ재선의 시민단체ㆍ486 인사 주축인 '더 좋은 미래' 와 3선의 486 인사들의 주축인 '혁신모임' 소속이라는 점에서 강경파의 '김한길 흔들기'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더 좋은 미래' 소속 초선인 홍익표 의원은 최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금 이 상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면서 외부인사 수혈을 통한 비상선대위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5월 중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야 한다는 '조기경선론'도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친노진영은 논란의 불똥이 문 의원으로 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 의원이 측근인 홍영표 의원은 "문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요청이 있을 때 총력지원에 나서면 된다"며 "지금 당의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KSOI는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현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6, 1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유선ㆍ무선전화 임의걸기ㆍ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3.1%포인트)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83.7%는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의 혁신과제로는 '민생중심의 정책 강화'라는 답변이 41.5%로 가장 많았고, '폭넓은 인재영입'(21.6%), '계파정치 해소'(17.0%), '진보정체성 강화'(9.9%) 등이 지적됐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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