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전 국가정보원 대북심리전단의 선거 개입 댓글 활동을 민주당에 알린 제보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 축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공판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선 제보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환수)는 20일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52)씨의 공직선거법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국정원직원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정보를 넘긴 당시 국정원 직원 정모(51)씨에게도 선거법 위반은 무죄, 국정원직원법 위반만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운동 계획 수립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며 “정황 증거로만 선거 기획에 관여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가 김씨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김씨와 친분관계일 뿐 선거판세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밝혔다.
2009년 6월 국정원을 퇴직한 후 민주당에서 활동하던 김씨는 2012년 12월 정씨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활용해 기밀인 심리전단 및 직원들의 업무 내용과 신상정보를 국정원장의 승인 없이 언론과 민주당에 누설한 혐의로 정씨와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이었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이후 김씨가 현직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국정원 당직실로부터 정보를 캐낸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추가했다.
재판부는 유죄부분에 대해 “피고인이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고 활동 현황을 공표한 행위는 비난 받을 여지가 있지만 누설한 비밀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 정보는 아니었다”며 “이 사건이 댓글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입수한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자료도 정씨가 넘긴 것이라는 검찰 기소내용에 대해 재판부는 “민주당이 발표한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정씨가 자료를 전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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