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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21일] 노동조합의 공익성

입력
2014.0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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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도 노동조합이 아주 고단한 상황에 놓여 있다. 친기업 국정을 표방하던 이명박정부의 집권기간에 공권력 진압, 용역 깡패 폭력사건, 그리고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 등으로 얼룩지듯 노동조합은 험난한 풍파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노동계는 좀 나아지겠거니 기대하였으나, 그 못지않은 시련을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한 해 동안 현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를 비롯해 전교조의 설립 취소,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직위해제의 강경 대응과 막대한 금액의 가압류조치, 그리고 민주노총에의 공권력 투입을 강행하기까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올 들어 정부가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그 개혁 대상으로 치부되어 큰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33조)에서는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을 엄연히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마치 애물단지처럼 다뤄지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개혁되거나 기피되어야 할 존재로 취급하고 있으며, 노조활동에 대한 국민인식 역시 과거보다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면초가의 신세로 내몰리고 있는 배경에는 자체의 문제점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취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노동시장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정규직의 밥그릇을 지켜 주는 기득권조직으로 비쳐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조합원의 실리 챙기기에 주력해 온 대기업 노동조합이 20대 80의 노동양극화에 일조해 왔다는 지적이 매섭다. 또한,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개혁에 앞장서 높은 신망을 얻었던 노동조합이 간부비리사건, 정파분열ㆍ갈등, 투쟁 일변도의 활동관행과 같은 폐단을 드러내며 스스로 노동운동 위기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한데, 노동조합이 여러 사회문제를 낳는다고 해서 그들의 본래적 공익성이 부정되어야 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해 노동조합은 사용자와의 고용관계에 있어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사해서 만든 조직체로 등장하였다. 서구 선진국의 경제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정의의 칼로 기능하며 산업현장의 문제를 시정토록 하여 기업경영의 개선에 도움 주었을뿐 아니라 거시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복지체제 확충 그리고 경제민주주의의 진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 이처럼,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결사체임과 동시에 빈부격차와 계급대립을 낳는 자본주의 경제의 지속성장을 담보해 주는 제도적 안전판으로 역할 해 온 것이다. 오늘날 무한시장경쟁의 담론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불안정 고용을 강요받는 수많은 경제 약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전통적인 보호권능이 더더욱 절실하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남용-차별,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 노동인권 사각지대와 같은 노동문제가 이토록 심각하고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제힘을 쓰지 못하는 노동조합의 취약함과 무관치 않다. 노동조합의 위기가 노동 위기를 낳고 있는 것이다.

1984년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인 프리먼 교수와 메도프 교수는 "노동조합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 추진에 몰려 노동조합이 파괴되고 약체화되는 것을 지켜보던 두 학자가 노동조합의 침체가 미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와 민주주의 퇴보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여 노동조합의 존립가치, 즉 공익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둘러 이 책을 집필한 것이라 한다. 그들의 우려는 적중하였고, 노조운동의 침체와 더불어 지난 30년동안 미국 사회에 소득 불평등지표와 빈곤가구-홈리스 수가 크게 높아졌다. 반면, 노조 조직률이 지구상에 가장 높다는 북구의 나라들은 행복한 복지체제를 부럽도록 잘 유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수 국민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이상 노동조합을 비정상의 죄인 다루듯 억누를 게 아니라 그들의 공익성이 온전하게 발휘되도록 북돋아 주면 안될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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