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입술을 악물었다. "괜찮아, 울지마." 두 눈이 벌겋게 부어 오른 큰 딸의 어깨를 다독이던 아버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어머니는 막내 딸이 잠든 관에 얼굴을 묻은 채 "우리 아가 사랑해"라고 속삭이며 흐느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학생의 첫 장례식이 20일 오전 부산 남구 이기대 성당에서 치러졌다. 올해 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에 합격한 고 박주현(19)씨는 평소 마음의 안식을 얻던 이곳에서 짧았던 생과 마지막 이별을 했다.
아버지 박규생씨는 "코오롱 회장님, 부산외대 교직원ㆍ학생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제 딸은 다 용서할 겁니다. 저도 모든 걸 다 용서합니다. 제 딸이 갔으니…"라고 말해 조문객들을 숙연케 했다. "오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우리 딸이 길을 잘 못 찾습니다. 여러분이 너무 슬퍼하시면 (딸이) 길을 잘 못 찾을까 염려 됩니다."
성당 곳곳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영결미사를 집전한 박명재 신부는 "사건 전날 잘 다녀오겠다며 할머니와 포옹하고 인사하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닦았다. 박씨 고교 친구(19ㆍ여)는 "주현이는 일본 전문가가 되고 싶어 했다. 밝고 명랑한 친구였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면 곧 받을 것 같은데…"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고인은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남 양산 천주교 묘지 안 하늘공원에 묻혔다.
한편 부산외대는 이날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 유족들과 보상ㆍ장례 절차 등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정해린 총장을 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21일 오전 10시 교내 체육관에서 열리는 합동영결식에는 숨진 학생 9명 중 박씨를 포함해 7명의 유족이 참석한다. 학교측은 9명에게 '명예로운 외대인' 증서를 헌정할 예정이다. 고 강혜승(19ㆍ아랍어과 신입생), 김정훈(20ㆍ미얀마어과 신입생)씨 유족은 21일 울산하늘공원과 일산백병원에서 별도로 장례를 치른다.
부산외대 행사에서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한 연극인 고 최정운(43)씨도 이날 코오롱 측과 보상에 합의하고 21일 오전 7시20분 부산 좋은강안병원에서 장례를 치른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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