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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조건] <4> 시진핑 중국 주석 '친 서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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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조건] <4> 시진핑 중국 주석 '친 서민 소통'

입력
2014.02.2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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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슈(張廣秀) 동지의 건강이 회복돼 업무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건강에 유의하며 후회 없는 청춘을 보내길 바랍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28세의 시골 여성 공무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2009년 대학을 나온 뒤 '대학생 촌관(村官)' 시험에 합격, 산둥(山東)성의 한 촌민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장씨는 2010년 돌연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공산당 지도부 등 각계의 성원으로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한 장씨가 지난해 6월 업무에 복귀해 감사 편지를 보내자 시 주석이 직접 답장을 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에도 독일 유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조국에 보답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지난 6년 동안 모두 16차례 일반인들의 편지에 직접 답장을 썼다고 전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시 주석이 보여주고 리더십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통'이다.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에게서 거의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시 주석의 소통은 친서민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의 만두가게에서 줄을 서 21위안(3,700원)짜리 만두 세트를 사 먹은 게 대표적인 예다. 평범한 만두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맨 뒤에 서서 기다렸다 차례가 되자 파를 넣은 고기 만두 6개와 가지 반찬 등을 주문해 일반 손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지도자가 행차를 하면 주변이 전면 통제되던 관행에 익숙하던 중국 인민들에게는 파격 그 자체였다.

중국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인기도나 지지율을 조사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인데다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라는 점, 언론을 사실상 국가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런 조사가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나 인터넷 등의 반응을 통해 시 주석이 보여주는 친서민 소통 행보가 중국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의 인기도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보다 훨씬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제외하고는 역대 지도자 중 최고라는 평가다.

게다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는 그의 취임 일성과 민족주의를 앞세워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모습은 대중적 감정도 자극하고 있다.

시 주석의 친서민 소통 리더십과 대중적 지지는 반(反)부패 투쟁과 맞물려 권력 강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부패를 방치할 경우 민심 이반을 초래해 당과 국가의 존립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한 전방위 사정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옷을 벗은 장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만 2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1월 횡령이나 뇌물수수 혐의로 전국 검찰기관에 형사 입건된 공무원은 무려 3만6,907명이나 된다. 그 동안 고질적 공무원 부패에 치를 떨던 서민이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친서민 행보가 '연출'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반부패 투쟁도 최근 누나와 매형의 축재 및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며 흔들리고 있다. 이 모든 게 결국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집권 1년 만에 신설 기구인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와 중앙국가안전위원회를 모두 장악해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사상 및 언론 통제는 더 강화됐다. 민주화나 정치 개혁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2022년까지 집권하는 그가 앞으로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며 리더십을 더 강화해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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