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29일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조기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매파적인 성향의 일부 FOMC 위원들의 주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Fed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달 FOMC 회의록에서 "몇몇 위원들은 Fed가 지금까지 제시해온 것보다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빨리(relatively soon)'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몇몇 정책 지표도 올 하반기 이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의 주장은 특히 지난달 실업률이 6.6%로 하락, 연준이 금리 인상 기준으로 제시했던 실업률 목표치 6.5%에 근접했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FOMC가 당장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회의에서 실업률을 기준으로 한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바꾸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금까지는 금리 인상의 기준으로 '실업률 6.5%'를 제시했지만, 실업률이 거의 근접한 6.6%까지 떨어지자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실업률 기준을 6.5%에서 6.0%로 낮추는 방안, 실업률 대신 물가상승률 등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 또 목표 수치를 배제하고 금융 안정성 등 시장 상황을 포괄하는 질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AFP통신은 재닛 옐런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새로운 선제적 안내 기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 이런 와중에 FOMC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Fed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내년 중반 이후, 상황에 따라 그 이전에도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금리 인상이 테이퍼링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 이런 불안감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이날 미국 증시가 0.5~0.6% 하락했고, 우리나라 코스피지수(-0.64%)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대부분 신흥국 증시가 내림세를 보였다. 증시 불안은 이어진 20일(현지시간) 유럽 및 미국 시장에도 이어졌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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