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우리 돈 20조원 짜리 초대형 빅딜을 단행했다. 북미 및 유럽 최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와츠앱’(WhatsApp)을 인수키로 한 것이다. 최근 추락조짐을 보이고 있는 페이스북으로선 도박에 가까운 회생카드를 뽑았는데, 세계 메신저시장에 강자로 부상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라인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업체 와츠앱을 총 190억 달러(약20조2,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M&A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인수 대금은 160억 달러로, 이 중 40억 달러는 현금으로, 1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지급된다. 인수 마무리 후 4년에 걸쳐 와츠앱 창립자들과 임직원들에게 30억 달러 어치의 권리제한부 주식 부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와츠앱 주주와 임직원들은 페이스북 전체 주식의 7.9%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와츠앱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월 실사용자가 4억5,000만명에 달해 북미 및 유럽을 통틀어 최대 업체다. 하루에 평균 처리하는 메시지 수는 100억건이 훨씬 넘어, 전세계 단문 문자메시지(SMS) 사용량과 거의 맞먹는다.
대부분 무료로 서비스되는 모바일 메신저와 달리, 와츠앱은 ‘무료에 가까운 유료’전략을 택하고 있다. 1년에 1달러의 사용료를 받는 것. 하지만 페이스북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신규 등록자가 100만 명씩 몰려들 만큼 여전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와츠앱를 사들인 건 그만큼 현재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1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SNS이지만, PC기반이 워낙 강하다 보니 모바일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지난해는 모바일용 런처 ‘페이스북 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모바일용 뉴스 서비스 ‘페이퍼’까지 내놨으며, 메신저 서비스도 병행 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온라인과 모바일 메신저의 합종연횡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은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이스라엘의 모바일 메신저 앱 ‘바이버’를 인수했다. 바이버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주요 고객기반을 두고 있다. 또 가입자 규모로는 세계 최대(5억명) 모바일 메신저인 중국의 위챗도 최근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하게 하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라쿠텐+바이버, 위챗+구글에 이어, 페이스북+와츠앱까지 SNS시장의 대지각 변동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라인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라인은 현재 전 세계 사용자 3억5,000만명을 확보,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신저로 발돋움 중이며 올해는 미국과 남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톡 역시 전 세계 2억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사업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낼 지는 장담키 어렵다. 가입자 기반이 넓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페이스북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줄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SNS와 모바일메신저 시장경쟁이 가열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반응도 제 각각이었다. 미국에선 “저커버그가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우려 속에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5%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20일 한국증시에선 페이스북의 빅딜 영향으로 라인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비관론이 퍼지면서 네이버 주가도 8.13%나 폭락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속에 네이버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2조원 이상 증발됐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