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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구조현장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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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구조현장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입력
2014.02.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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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2시20분 강원소방본부 상황실에 다급한 구조전화가 걸려왔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장리 공사현장 임시 가건물에 백모(52)씨 등 3명이 1m가 넘게 쌓인 폭설에 닷새째 고립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가건물에 비치해 둔 비상식량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고, 고립자 가운데는 간암 병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강원소방본부 소속 119산악구조대 5명이 긴급 출동했다. 하룻밤을 꼬박 새며 진행된 구조 상황은 피를 말리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대원들은 끼니를 거르며 굴착기와 제설 삽으로 가슴까지 차오른 눈을 뚫고 6km를 전진해 11일 오후 4시쯤 ‘사지’에서 백씨 등을 구출했다. 장남중(48) 팀장은 “눈보라가 몰아쳐 100m를 전진하는데 30분이 넘게 걸길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극적으로 구출된 백씨 등은 “대원들의 살신성인 한 구조활동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원들은 지난 15일에도 소방헬기의 도움을 받아 강릉 강동면 속칭 ‘당정골’에 아흐레 동안 갇혀 지내던 이모(55)씨와 삼척 노곡면 고봉암 일대에서 6명, 설악산에서 4명 등 모두 10명의 고립된 주민과 등산객을 구조했다. 밤낮없는 구조작업으로 파김치가 된 가운데도 대원들은 눈보라 속으로 다시 한 번 몸을 던졌다.

강원 동해안 폭설 현장에서 주민들이 위험에 처하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강원소방본부 산악구조대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들은 폭설이 시작된 지난 6일 이후 산간 오지 마을에 출동해 20여 명의 소중한 인명을 구해냈다. 대원들은 또 강릉과 동해, 삼척 등지 골목길에서 제설작업을 돕는 등 산악과 지상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3명으로 이뤄진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산하 산악구조대는 지난해 8월 창단됐다. 유중근(52) 대장과 대원 모두 구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자원했다.

3개 팀으로 이뤄진 이들의 삶은 24시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당직 대기가 아닌 날에는 산악빙벽 훈련과 비상 노숙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이 이어진다. 긴급한 상황 덕분에 가정도 뒷전으로 밀려나야 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기능성 의류와 설피 등 구조장비가 다소 열악하지만, 누구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강원소방본부 강윤종(56) 특수구조단장은 “산악구조대원 모두가 때로는 목숨을 내던져야 하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낸 지도 언제인지 모를 정도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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