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세 미만 피부양자 709만명의 무료 건강검진을 내년부터 실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존 검진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람들이다. 잘 된 일이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은 치매 검진도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건강검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잘 돼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정부는 각종 검진을 체계화하기 위해 2008년 건강검진기본법을 만들고 5개년 계획을 짜 검진 대상자, 검진 권장안, 검진기관 질 관리 및 사후관리, 예산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건강검진으로 질병이 조기 발견되고 사망률이 낮아지는 이익만 있을까. 검진이 전지전능의 건강관리 방법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검진과 관련한 논란은 1970년대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검진은 '휴먼 도크(항구에서 배를 수리하는 곳)'로 불리며 각종 보험에 도입됐고 일본과 한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검진이 확대됐다.
그러나 검진 비용이 증가하고 암 등의 권고안이 난무한데다 검진 과정에서 방사선 피폭 같은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에선 국민이 증거 중심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공중보건학적으로 의미 있는 검진을 가려내기 위한 작업이 1984년 시작돼 5년 후인 1989년 첫 판이 나왔다. 이후 5년마다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법령에 의해 국민에게 필수적으로 제공돼야 할 정보를 정확히 알리면서 단순한 검진만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다. 이를 필수 예방 서비스라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5대 암, 3대 만성질병, 성병 등 검진이 효과적인 질환은 조기 발견한다. 둘째로 금연, 체중 조절, 신체 활동, 건강 식이, 금주 등 행태 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셋째, 적기 건강 관리를 위해 신생아, 성장과 발육기의 어린이, 임신과 출산기의 여성에 대한 건강 교육을 철저히 하고 생의 전환기에 있는 40세와 66세 또한 건강 교육을 강화한다. 넷째, 임신 여성은 빈혈과 감염병 등 각종 위험 요인 관련 예방 서비스를 잘 받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철저한 예방접종이다. 인플루엔자, MMR(홍역ㆍ유행성 이하선염ㆍ풍진), 파상풍, 백일해, 수두 등 권장된 필수 접종은 제대로 하도록 한다.
생의 주기별 수요에 따른 우리 정부의 서비스 제공 모형은 어느 나라보다 완벽하다. 다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문제다. 또 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질과 의료인들의 동기가 매우 낮다. 이는 낮은 수가와도 관련된 것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지만 지역 보건소의 홍보와 지원, 학교, 직장과 공동체의 참여 없이는 필수 예방 서비스가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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