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라서 출연을 결정했다."(김희선)
"따뜻한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이서진)
"서사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김지호)
시청률은 높았지만 막장 논란에 휩싸였던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가족들'. KBS는 22일 첫 방송하는 '참 좋은 시절'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제는 주말드라마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고부 갈등, 자극적인 권선징악 등의 구태의연한 레퍼토리가 등장하는지 여부다.
'왕가네 식구들' '최고다 이순신' '내 딸 서영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그간 KBS를 거쳐간 주말드라마들은 30~40%의 높은 시청률은 기록했을지언정 출생의 비밀은 기본이요, 불륜이나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 등 온갖 막장 요소들을 보여주었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주말드라마들도 마찬가지. MBC의 '사랑해서 남주나'와 '황금무지개', SBS의 '열애'와 '세 번 결혼하는 여자'도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출생의 비밀, 불륜, 가족 불화(고부갈등 등) 등이 주를 이룬다. 어느 곳 하나 웃음 가득한 가족이 없다.
'참 좋은 시절'은 가난했던 한 소년이 검사로 성공한 뒤 15년 만에 떠나왔던 고향으로 돌아가 겪는 에피소드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소년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인데 이렇게만 보면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듯하다. 진짜 가족드라마라 믿어도 될까.
최근 열린 '참 좋은 시절'의 제작 발표회에서 김희선, 이서진, 김지호, 김광규 등 출연 배우들은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MBC '고맙습니다'(2007), KBS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KBS '상두야 학교 가자'(2003), KBS '꼭지'(2000) 등으로 좋은 평판을 얻은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 작가는 집필 작품마다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칭송을 받으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런 그가 '꼭지' 이후 14년 만에 주말드라마를 썼으니 "볼 만한 가족드라마가 나왔다"는 평이 어색하지 않다.
극중 부잣집에서 대부업체 직원이 되는 차해원 역을 맡은 김희선은 "어머니가 연세 때문에 평일 밤 10시대의 미니 시리즈를 보시긴 어렵다"며 "주말에 좋은 드라마를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좋은 대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아들과 딸'(MBC) 외에는 따뜻한 주말 드라마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딸과도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검사가 돼 귀향하는 역할을 맡은 이서진은 "시청률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가족드라마인가가 중요하다"며 "최근 따뜻한 드라마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극중 사고로 일곱 살 지능을 가진, 이서진의 쌍둥이 누나 역의 김지호 역시 이경희 작가에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는 "대본을 보고 '작품에 서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자극적인 요소에 길들어진 시청자에게는 싱거울 수 있는 드라마"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평일 아침ㆍ저녁 드라마와 주말드라마의 자극적인 내용에 지친 시청자들은 그 때문에 오히려 큰 기대를 할만하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