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볼쇼이 아이스돔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전 러시아와 핀란드의 경기. 마지막 3피리어드가 끝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2,000여 관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우승을 자신했던 개최국 러시아는 라이벌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1-3(1-2 0-1 0-0)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동메달 이후 12년 만에 명예 회복에 나섰던 개최국 러시아는 충격에 빠졌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콘티넨탈하키리그(KHL)에서 뛰고 있는 알렉스 오베츠킨(워싱턴 캐피털스), 파벨 다츠유크(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일리야 코발추크(SKA 페테르부르크)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총동원하면서 우승을 노렸다. 조별 예선 미국과의 경기(0-1 패)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관전하면서 주력 종목으로 내세웠지만 안방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의 주인공은 NHL 최고 골리로 꼽히는 투카 라스크(보스턴 브루인스)였다. 라스크는 3피어리드 동안 쏟아진 상대의 38개 유효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러시아는 유효 슈팅에서 38-22로 앞섰음에도 라스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최고령 아이스하키 선수인 베테랑 티무 셀란느(44ㆍ애너하임 덕스)도 러시아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골을 터트렸다. 그는 1-1로 맞선 1피리어드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역전골을 쏘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경기 후 러시아 내에선 무기력하게 패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지네툴라 비얄레트디노프 러시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완벽한 실패였다”고 말했지만 취재진이 그를 집요하게 쫓아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화가 난 비얄레트디노프 감독이 “날 산채로 잡아 먹으라”고 언성을 높이며 취재진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선수단의 기수이자 ‘득점 기계’로 불리는 오베츠킨은 5경기에서 1골1도움의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편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체코와 라트비아를 꺾고 4강에서 맞붙게 됐다.‘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리는 이 경기는 22일 오전 2시에 열린다.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선 캐나다가 연장 혈전 끝에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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