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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 누나 만나요, 하늘에서라도 한 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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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 누나 만나요, 하늘에서라도 한 푸시길…"

입력
2014.02.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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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더라도 누나를 꼭 찾아야 한다."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성사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일 마침내 시작된다. 남북이 지난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확정한 설 계기 이산상봉은 20~25일 금강산ㆍ외금강호텔과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다.

우리측 1차 상봉단 82명(가족 58명)은 19일 집결지인 강원 속초 한화콘도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속속 숙소에 도착해 방북 등록과 혈압, 체온, 당뇨 체크 등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쳤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이산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인천에서 올라 온 백관수(91)씨는 북에 사는 손자를 만난다는 기쁨에 상봉 대상자 중 가장 먼저 집결지에 도착했다. 백씨는 택시를 대절해 서울에 사는 딸 운경(47)씨까지 태우고 오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당초 보고 싶어 했던 아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손자(30)를 만날 예정이다. 백씨는 "나만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혹시 손자가 나를 원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이내 밝은 얼굴로 "손자가 좋아할 것 같다"며 선물로 준비한 초코파이를 한아름 내보였다.

김명복(66)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장을 가져왔다. 1951년 1ㆍ4후퇴 때 아버지가 유일하게 북에 두고 온 누나 명자(68)씨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명자씨를 평생의 한으로 여겼다. 그 때문에 어머니와의 부부싸움도 잦았다고 한다. 김씨는 "아버지는 생전 '불쌍한 명자 어떡하냐'고 한탄하며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누나를 반드시 찾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킬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측 최고령자인 김성윤(96)씨는 정정한 모습으로 숙소에 나타나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진의 질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갔다. 아들 고정삼(66)씨는 "저 연세에 휴대폰을 사용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병마도 헤어진 자식을 만나겠다는 부정(父情)을 꺾진 못했다. 김섬경(91)씨는 전날 일찌감치 속초에 도착한 보람도 없이 감기증세를 보여 쓰러졌다. 하지만 이날 링거를 꽂고 이동식 침대에 몸을 맡긴 채 기어이 등록을 끝냈다. 김씨 가족은 "아버지가 어떻게든 북쪽의 아들(66)과 딸(67)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악화된 건강 탓에 상봉을 포기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모(83)씨는 속초에 도착했지만 건강상태가 더 나빠져 결국 상봉의 꿈을 접었다. 당초 지난해 가을 선정된 우리측 상봉 대상자는 96명이었으나 사망과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 등으로 신청을 중도 포기한 이산가족들이 속출하면서 14명이나 줄었다.

상봉은 1,2차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짜였다. 남측 상봉단은 20일 오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속초를 떠나 고성을 거쳐 북쪽으로 들어간 뒤 오후1시쯤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도착한다. 북쪽 가족들과의 만남은 총 6차례, 11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3시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통해 60여년 간 꿈에도 그리던 북쪽의 아내와 자식, 형제자매 등과 해후하게 된다. 이어 오후 7~9시에는 북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2일차인 21일에는 오전 9시부터 2시간 가량 외금강호텔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이 이뤄진다. 이후 공동 점심식사와 실내상봉이 추가로 실시된다. 마지막 날인 22일 이산가족들은 오전9시에 1시간 동안 작별상봉을 갖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귀환한다. 북측이 의뢰한 남측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23~25일)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상봉의 경우 상봉단의 건강상태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90세 이상 이산가족만 25명이 되고 금강산에는 20일에도 눈이 예보돼 상봉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료진은 "상봉 대상자들이 대부분 혈압이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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