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단속을 하고 제재를 해도 그 때뿐. 며칠만 지나면 다시 살아나는 게 보조금이다. 정부는 단밀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법)이 보조금을 근절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비현실적인 보조금 규제기준이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선, 과열기준 등 정부의 규제기준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비현실적인 단속기준 때문에 오히려 불법 보조금이 양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은 27만원. 지난 2010년 이동통신 3사의 영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정한 액수이다.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이익 24만3,000원에다,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을 더해서 결정했다.
하지만 27만원 보조금을 지키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50만원은 기본이고, 100만원, 심지어 지난 '2ㆍ11 보조금대란' 때에는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공짜로 주고 요금까지 깎아주는 140만원대의 마이너스 보조금까지 등장했다.
A이동통신사 관계자는 "27만원 보조금은 과거 일반휴대폰 시절에 정해진 금액이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휴대폰가격은 100만원으로 뛰었는데 과거 40만~50만원 시절의 보조금 잣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그야말로 시대착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보조금 상한선을 최소 30만~40만원선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조금 과다지급에 따른 시장과열의 판단기준도 문제다. 방통위는 하루에 번호이동 건수가 2만4,000건을 넘어서면 '시장 과열'로 규정, 단속에 나선다.
하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작년 한 해 이동통신 3사의 총 번호이동 건수는 913만9,025건. 산술적으로 봐도 하루 평균 2만5,038건이다. 공휴일 변수를 감안하면 하루 실질 번호이동건수는 2만7,000건 이상이 된다. 2만4,000건을 단속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동통신시장은 매일매일 과열이고 정부는 365일 내내 단속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B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이 많고 과당경쟁이 있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어떻게 1년 내내 과열일 수 있는가"라며 "과열기준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도 현행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 단말기법 통과를 전제로 획일적인 현행 보조금 상한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말기법이 국회를 통과해 보다 투명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면 보조금의 법적 상한선도 달라질 수 있다"며 "휴대폰 기종과 가격, 시장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상한선을 올리거나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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