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월 임시국회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법) 통과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최문기 장관 거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터라, 미래부의 입은 바싹바싹 마르고 있는 상황이다.
단말기법은 일명 '보조금 차단법'이라고도 불린다. 이동통신사는 물론 휴대폰 제조사까지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실제 판매가 자료를 미래부에 제출하고 홈페이지에도 공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을 얼마나 뿌리는 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더 이상 100만원이 넘어가는 무차별 보조금살포관행은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게 미래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19일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선 단말기법을 안건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가 27일로 예정됐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단말기법이 처리되려면 늦어도 21일까지는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물리적으로도 촉박한 상황이다.
단말기법은 원래 작년 정기국회에 제출됐다.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올해부터 시행한다는 것이 미래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업비밀노출을 우려한 제조사들의 강한 반대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미래부는 법안 통과를 위해 제조사 의견을 대폭 반영한 수정법안을 냈다. 영업자료가 공개되면 국내외 판매경쟁에 큰 피해를 준다는 제조사의 주장에 따라 미래부는 지난해 제조사 자료제출과 보조금 상한제 조항에 대해 3년간만 운영하는 '일몰제'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제조사의 보조금 지급액수의 자료제출도 각 사별로 제출하지 않고, 제조사 전체의 보조금 액수로 묶은 '총량'을 제출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이번엔 야당의 벽에 부딪혔다. 야당이 해직언론인 복직 특별법과 방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지 않으면 단말기법도 통과시켜줄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총력을 다해 야당을 설득하고 있지만, 정치적 쟁점법안들과 연계된 터라 꼼짝 달싹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내심 4월 임시국회까지 생각했던 미래부는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동통신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단말기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자 사색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법안인 만큼 무조건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야당은 요지부동인 상태다.
미래부 주변에선 "최문기 장관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단말기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 최 장관은 박근혜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창조경제 주무부서 장관임에도 추진력이나 성과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단말기법까지 통과에 실패한다면, 위상에 치명적 타격이 올 것이란 게 관가의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부는 사실상 '단말기법 총력전'태세에 들어갔다. 단말기법 통과를 위해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말기법 통과분위기 조성을 위해 상당한 푸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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