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감격한 듯 했다. 거대한 해양구조물의 완성을 보면서 오랜 꿈을 하나 이뤄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19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17만㎥급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설비(LNG-FSRU) 명명식에 참석했다.
LNG-FSRU는 바다 위에 떠 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 시 가스로 전환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공급하는 설비다. 그래서 '바다 위의 LNG기지'라고도 불린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18일 방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주된 방한목적은 이 해양설비 명명식 참석이었다. 이 해양 설비야말로 '에너지 독립'을 향한 리투나이나의 오랜 꿈이 첫 결실을 맺는 기념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구 356만명의 작은 나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소련 해체와 함께 1990년 독립을 선언한 뒤로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견지해왔다. 특히 2004년엔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등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에너지였다. 핵심에너지인 가스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언제나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실제로 2006년에는 러시아 국영송유관 업체가 리투아니아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 심각한 에너지 위기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때문에 리투아니아는 실질적 경제적 자립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지은 LNG 저장설비는 그 출발점 역할을 하게 된다. 1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을 직접 발주할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선주인 노르웨이 회그 LNG사로부터 10년간 임차계약을 맺었다. 길이 294㎙, 폭 46㎙, 높이 26㎙로 축구장 3배 크기인 이 설비는 앞으로 리투아니아 해안에 설치돼, 해외에서 수입된 7만톤에 달하는 가스를 저장 및 국내 공급하게 된다. 굳이 러시아 파이프라인으로 LNG를 공급받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런 상징성을 반영하듯, 이 설비의 이름은 '인디펜던스(Independenceㆍ독립)'로 명명됐다. 직접 명명식 스폰서를 맡은 그리바우트카이테 대통령은 "현대중공업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 선박의 이름처럼 리투아니아의 에너지독립 목표를 상징한다"며 "리투아니아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번 건조를 통해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확인 받았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2년여의 연구 끝에 LNG-FSRU 독자설계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이번 LNG-FSRU의 경우 통상 5년에 한번씩 받아야 하는 유지 보수작업 주기를 10년으로 늘려 조업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앞으로도 리투아니아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긴밀히 협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