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적극 지지로 도쿄도지사로 당선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가 집권 자민당이 작성한 헌법개정 초안을 "헌법의 기본조차 이해 못하는 인간들이 만든 것"이라고 맹비난하는 저서를 19일 출간했다. "헌법이 국가권력을 속박한다는 것은 왕권이 절대 권력을 가졌던 시대의 생각"이라며 입헌군주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아베 총리에 정면도전장을 내민 격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날 (고단샤 발행)을 통해 2012년 4월 자민당이 작성한 헌법 초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스조에는 자민당 헌법 초안에서 '일왕은 일본국의 원수'라고 명기한 것은 종전 이후 상징적인 존재로 바뀐 일왕에게 정치적 책임을 동반할 위험성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많은 일본의 전문가들은 종전 후 미군 주도로 만들어진 현 일본 헌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일왕을 상징적은 존재로 바꾼 것을 꼽아왔다.
마스조에는 또 현 헌법 13조의'모든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 받아야 한다'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바꾼 것도 꼬집었다. 현 헌법에서 굳이 '개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를 "국가권력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마스조에는 이를 '인간'으로 바꾼 것은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대립되는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한다'는 헌법 24조와 관련해서는 자민당 초안에 '가족은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된 것을 비판했다. 마스조에는 "입헌주의 입장에서 가족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가족 구성원의 상부상조는 헌법이 아닌 도덕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자민당의 초안은 입헌주의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초안이 '공무원에 의한 고문 및 잔학한 처벌은 절대 금지한다'는 헌법 36조에서 '절대'라는 단어를 뺀 것에 대해서도 때에 따라 고문과 처벌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자민당 초안은 또 헌법 99조에 명시된 헌법 존중 옹호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람으로 명시된 일왕 혹은 섭정, 국무대신, 국회의원, 재판관 그 이외의 공무원 중 일왕 혹은 섭정 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일왕은 헌법을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1989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즉위하면서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규로 국민과 함께 헌법을 지키겠다"는 발언에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마스조에는 "헌법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제정하는 것"이라며 "근대 입헌주의 헌법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스조에는 자위대의 전력 보유와 교전권을 허용하지 않는 헌법 9조 변경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도쿄대 교양학부(정치학) 교수 출신인 마스조에는 2005년 자민당 참의원 시절 헌법개정 작업에 참여했으나 이후 개정안 내용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에 반발해 이 책을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민당 중진 의원은 "2010년 '자민당의 역사적 사명은 끝났다'며 탈당한 마스조에를 도와 도쿄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더니 이번에는 헌법문제로 자민당을 배신했다"며 "역시 마스조에는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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