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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후유증 어떻게 극복할까… '삼풍백화점' 생존자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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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후유증 어떻게 극복할까… '삼풍백화점' 생존자들의 조언

입력
2014.02.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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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을 거에요. 사고 후유증도 남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그분들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거에요.”

19년 전인 1995년 6월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 9일만에 구조된 최명석(39)씨와 17일만에 마지막으로 구조된 박승현(38ㆍ여)씨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19일 위로의 말을 전했다. 삼풍백화점 사고는 502명이 숨지고, 900여명이 다치는 등 우리나라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참사였다. 이들은 사고 일주일 이상 지난 시점에서 구조돼 끈질긴 생명의 힘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최씨는 대학 전공을 살려 GS건설에서 과장이 됐고, 박씨는 서울의 한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워킹맘이다.

몇 시간도 아닌 며칠을 건물 잔해 속에 고립된 채 죽음과 외로운 사투를 벌였던 이들은 이번 사고 피해자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고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최씨는 사고 당시 매몰된 공간 위에 있던 죽은 사람의 손이 구조된 후에도 눈만 감으면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힘들었고, 방금 읽은 것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증상이 몇 달이나 지속됐다고 했다. 최씨는 “사고 상황을 억지로 잊으려고 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생활이 지속되고, 삶에 대한 회의도 많이 느꼈다. 최씨는 결국 학교를 휴학하고 97년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무너진 구조물 사이로 흘러 드는 빗물을 마시며 생명의 끈을 이어간 박씨 역시 구조된 후에도 사고 때의 비명과 붕괴 때의 굉음 등 환청과 불면증에 시달려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울림이 심한 건물에 들어서면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이 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가족과 친구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박씨는 “주변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고 상황을 묻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 ‘고생했다’며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고로 친한 언니를 잃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아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며 “(이번 사고 피해자들도)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의 뜻을 밝혔다.

낙천적인 성격도 도움이 됐다. 최씨는 “매몰 당시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이 목숨을 잃어갔지만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구조 후에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안 좋은 것은 빨리 잊으려고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이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안전의식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박씨는 “우리나라는 사고 당시에만 대책으로 떠들썩하다 금세 잊어버려 바뀌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이제는 이런 사고가 나면 ‘그럼 그렇지’라는 체념까지 든다”고 꼬집었다. 최씨는 “사고를 겪기 전까지는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것 같다”며 “어릴 때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차를 잘 살피라고 배웠지만 커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당시 사고를 잘 떠올리지 않는다는 최씨는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목숨을 잃은 친구들 몫까지 산다는 생각으로 잘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씨 또한 “지금은 힘들겠지만 사고 생각에만 얽매이지 않고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복이 될 것”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조언했다. 살아남은 이들이, 또한 삶을 이어갈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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