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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급' 제과들의 변신… 세계의 입맛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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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급' 제과들의 변신… 세계의 입맛 사로잡다

입력
2014.02.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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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는 지금 밀키스 열풍이 불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15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국내 판매액(53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연평균 40%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 올해는 200억원 매출도 기대된다.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는 음료도 아닌데, 가까운 이웃 나라도 아닌 멀리 러시아에서 어마어마한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제조사인 롯데칠성은 소규모로 해오던 수출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초반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과 같은 제품(우유+탄산)만 팔다가 1년 후부터는 약간의 변화를 줬다. 러시아가 기후적으로, 지리적으로 다양한 과일을 맛보기 힘든 나라인 만큼, 밀키스에 과일맛을 첨가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선보인 딸기맛 밀키스은 폭발적 반응을 보였고, 이후 메론맛, 사과맛, 파인애플맛 등 매년 다른 맛의 밀키스를 출시했다.

요즘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주인 보드카에 밀키스를 타 먹는 문화도 생겨날 정도. 한 현지 바이어는 "밀키스가 보드카의 독한 맛을 씻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보드카에 밀키스를 넣어 먹는 젊은 이들이 많다"며 "일부 바와 카페에서는 밀키스가 들어간 칵테일도 있다"고 전했다.

밀키스처럼 뜻밖에도 해외에서 승승장구는 제품이 많다. 맛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에 변화를 줬을 뿐인데, 예상 밖의 호응이 이어져 베스트셀러 반열에까지 오른 제품이 부지기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제품도 있다.

오리온의 감자스낵인 '예감' 은 중국인의 식습관에 대한 편견을 깬 제품. 중국인들은 기름진 음식과 강한 맛만 좋아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념인데, 오리온은 정반대로 튀기지 않은 감자칩을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예감은 2012년 중국에서 1,350억원 어치나 팔렸는데, 이는 국내 판매액(45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니까 오히려 튀기지 않은 제품이 어필할 수 있다고 역발상을 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롯데칠성의 캔 커피 '레쓰비'는 맛이나 포장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품이다. 해외 바이어가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온장고를 보고 '추운 곳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따뜻한 캔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찾은 것. 레쓰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76억원 어치가 팔렸다. 회사 관계자는 "캔 커피를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는 인식 자체가 러시아에는 없었다. 단지 온장고 속 캔 커피를 넣었을 뿐인데 의외로 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박카스는 캄보디아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년대비 61% 성장한 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아ST는 현재의 캄보디아가 산업화가 진행되던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와 비슷하다는 것을 점에 착안, '지친 피로를 풀어준다'는 콘셉트로 광고를 내보냈는데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한류 바람도 영향을 줬다.

오리온 초코파이도'해외대작'의 대명사. 지난해 국내에선 1,200억원어치가 팔렸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는 2,8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중국인들이 중요시하는 덕목이 '인(仁)'이라는 점을 고려, 포장에'정(精)'이 아닌 '인'을 새겨 넣는 등 철저히 현지화한 게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라면 몰라도 음식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음식료제품이 대박을 내는 건 정말로 힘든 케이스"라며 "하지만 돈이나 광고보다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춘 작은 아이디어에서 의외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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