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설계와 시공, 감리가 모두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합동감식이 진행된 체육관은 건물의 외부 구조만 꼼꼼히 들여다 봐도 부실의 흔적이 역력했다.
붕괴된 체육관은 가로 36.6m, 세로 31.2m, 높이 10m, 연면적 1,205㎡ 규모의 단층 철골조 건물로 외부 벽면의 기둥 간격이 각 6.1, 5.2m다. 비교적 넓은 간격인데도 불구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지탱하고 장력을 조절하는 '턴버클'(Turnbuckle)이 없었다.
또 천장에서 하중을 지지하는 트러스(Truss)를 연결하는 '타이빔'(Tie Beam)은 설계 단계에서 빠뜨려 트러스의 뒤틀림을 막을 방법이 원천봉쇄됐다.
대구경북건설협회와 건축사협회 등에 따르면 턴버클과 타이빔은 PEB 공법이 적용된 공장과 창고 등에 보편적으로 적용, 시공하는 건축용 부자재다. 그런데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체육관 건물에 이들 부자재가 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육안으로 볼 때도 체육관에 시공된 빔의 용접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주에서 철골구조물 공사를 하는 김모(52)씨는 "이 체육관을 보면 골조를 연결하는 볼트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형식적으로 지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체육관은 미세한 음향과 진동에도 건물 전체가 영향을 받는 부실한 상태에서 최근 이 지역에 내린 폭설로 지붕에 눈이 70cm 가량 쌓이면서 그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이 리조트 체육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했다는 모 대학 학생 권모(20)씨는 "당시에도 행사를 위해 틀어놓은 스피커 음향에 따른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체육관을 설계한 회사가 감리까지 맡으면서 감리작업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을 확인한 임송용 경북도 건축사회장은 "설계 초기부터 공사비 절감을 위해 구조해석과 부재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육안으로 보더라도 골조 전체가 허술하고 보조 골조도 일반 철골구조에 비해 불안전하다"고 말했다.
체육관을 둘러본 한 건축 구조전문가는 "PEB 공법으로 건물을 지으면서 자재 절감을 위한 최적 단면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 골조인 철판의 두께, 골조의 간격 등 여러 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PEB 공법은 공사 기간이 짧고 공사비도 철골공사의 70∼80% 수준이어서 공장과 건물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경주=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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