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금강산에서 우여곡절 끝에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시작된다. 22일까지 1차 상봉은 남측 82명이 북측 가족 180명을, 2차(23~25일) 상봉은 북측 88명이 남측 가족 361명을 만난다.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상봉에서는 부모 자식간이나 부부 상봉은 크게 줄었고 형제나 친척 간 상봉이 늘었다. 이산가족들이 고령화하면서 사망하거나 거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추석을 즈음해 추진됐을 당시 대상자로 결정된 사람 중 15명은 사망하거나 건강상 이유로 이번 상봉을 포기했다. 남측에 있는 12만9,264명의 이산가족 중 이미 5만7,000여명은 고인이 됐고, 남은 7만 여명 중 절반 이상은 80세가 넘었다고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차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례화하면서 규모도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데에는 남북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치와 군사적 이슈가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이 문제를 놓고 북측과 가슴을 열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향후 대화의 진전 여부에 따라 경색될 대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행사의 사전 논의 과정에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물론 2010년 추석 상봉 행사가 끝난 지 얼마 안돼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게 북한이니 향후의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바도 있다. 남북이 인도적인 관점에서 대화의 끈을 이어간다면 정치ㆍ경제적인 분야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북은 적잖은 정치적 의미가 담긴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금강산에는 2m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정부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기술팀을 보내 도로 난방 전기 공급 상황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했다. 남북 당국은 마지막까지 사고 예방 등에 만전을 기하고 이번 행사 이후에도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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