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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우크라이나… 시위 격화로 최소 18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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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우크라이나… 시위 격화로 최소 18명 사망

입력
2014.02.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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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18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충돌, 최소 25명(경찰 9명 포함)이 숨지고 241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협력협정 체결 계획을 백지화한 데에 항의하며 지난해 11월 시위가 일어난 이래 최악의 참사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나흘 전 시위참가자 전원을 석방하고 야권이 정부청사 점거 해제로 화답하며 평화적 해결 분위기가 무르익던 차에 터진 유혈사태로 우크라이나 정국은 초긴장 상태로 돌변했다.

이날 사태는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개헌안을 논의하던 의회 앞 시위에서 비롯했다. 개헌안 승인을 요구하던 시위대 2만여명과 무력충돌한 경찰은 장갑차 두 대를 앞세워 의회 인근의 시위대 본거지인 마이단광장 점거에 나섰다. 물대포, 최루탄, 폭음탄으로 무장한 진압경찰에 맞서 시위대는 광장 입구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위대 측 의료진은 사망자와 부상자 다수가 관통상을 입었다며 경찰이 폭음탄에 금속 파편을 넣거나 총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역시 시위대의 발포를 주장했다. 양측은 광장을 두고 대치하고 있어 사상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위 지도부인 야당 대표들은 19일 새벽 야누코비치와 긴급 회담을 가졌지만 사태 해결책 합의에는 실패했다. 비탈리 클리츠코 개혁민주동맹 대표는 이날 광장에서 “대통령에게 경찰 진압작전 중단을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자진해산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야권 지도자들이 무장봉기를 선동하며 반정부시위의 선을 넘었다”며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는다면 그런 급진적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강경 방침을 시사했다.

경찰의 전격 해산작전으로 3명이 사망한 지난달 22일을 제외하면 우크라이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정부 또한 시위 격화를 우려해 “공권력을 동원한 시위 해산은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평화시위 기조를 일순간에 깬 이번 폭력 사태를 두고 시위대가 직접적인 원인 제공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시위대가 먼저 폴리스라인을 공격하고 의회 주변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도 “시위대 내부에서도 시위대가 먼저 경찰을 공격하면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는 증언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위대 책임론은 표피적인 주장일 뿐 시위 격화의 근본 원인은 전날 있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조 재개 발표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러시아가 주중 송금 방침을 밝힌 20억달러는 우크라이나의 EU 협력협정 중단 대가로 러시아가 약속한 차관 150억달러의 일부다. 지원 약속을 이행한다는 수준의 발표였지만 반러시아 정서가 팽배한 시위대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막후에서 시위 강경진압과 친러시아계 총리 임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위대에 유포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야누코비치가 이달 초 소치올림픽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시위 평화관리 입장을 바꿨다”며 양국 정부의 밀약 의혹을 제기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면서 시위대의 자제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야누코비치와 통화에서 “진압경찰을 철수시키고 정치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슈테판 퓔레 EU 집행위원은 양측의 대화를 촉구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주문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직접적 요인은 서방의 음해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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