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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20일] 중국의 주변국 전략과 한국의 역할

입력
2014.02.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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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과학원 아ㆍ태와 세계전략연구원에서 지난달 '아ㆍ태지역 발전보고'를 발표하였다. 매년 정해진 주제에 맞추어 연구 발간되는 영향력 있는 정책 보고서이다. 최근 이 보고서는 한국의 언론에서 북한은 중국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왕준셩 박사는 바로 다음 줄에서 한국 역시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북한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고 기존의 대북정책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남ㆍ북한 사이에서 균형 잡힌 외교를 하려는 중국의 고심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실제 이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주변 강대국의 반응에 관한 연구였다. 향후 5~10년내 중국이 종합국력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면 러시아, 인도, 일본 등의 주변 강대국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를 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미국과 결국 대등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그 과정에서 주변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의 신중함이 모두 묻어있다.

부상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주요 고민 중 하나는 주변 강대국들의 지역전략의 변화이다. 중국의 부상이 시작되자 러시아와 인도는 미국의 패권적인 영향력에 대응하고 자신들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 문제에 중국이 러시아의 손을, 북한의 문제에 러시아가 중국의 편을 들어준 것, 그리고 이란의 석유 수출 제재에 인도와 중국이 공동 대응한 것 등이 좋은 예들이다. 호주, 한국, 아세안 국가들 또한 미ㆍ중의 경쟁 사이에서 전략적인 균형점을 찾으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이 점차 미국과 대등한 힘의 구조로 나타난다면 일본은 물론 러시아, 인도 역시 중국의 지역 내 영향력을 견제하기위해 점차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중국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ㆍ일 동맹 강화, 경제 지원을 앞세워 아세안 국가들에 접근하는 일본, 최근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인도 등 모두가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지역 내 전통적 강대국들 사이에 전략적 이익의 교환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중견국인 한국의 역할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미ㆍ중의 관계를 경쟁과 갈등의 구조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이 안보는 미국과, 경제발전은 중국과 주로 논하면서 미ㆍ중 모두를 중시하듯이,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남ㆍ북한 모두를 균형 있게 대하고 있다. 다른 맥락이지만 미ㆍ중관계에서도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발전을 위해 협력을 중시하는 두 가지의 모습이 있다. 즉, 모순되는 또는 성격이 다른 두 요인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융통성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ㆍ일 동맹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역할과는 다른 모습을 한ㆍ미동맹 속에서 보여 줄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ㆍ중간의 경쟁과 갈등의 구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증진하며 미ㆍ중간의 협력과 발전의 구도에 더욱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향후 미·중관계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도 불신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 상황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미ㆍ중의 힘의 구조가 좌우하게 될 동북아의 정세에서 한국은 상당기간 북한과 일본은 하기 어려운 역할, 즉 미ㆍ중 사이에서 생산적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ㆍ중 모두로부터 대화가 통하고 정책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중견국 한국의 이미지와 역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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