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좌관인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가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의 성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버락 오마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 총리 보좌관이 미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에토는 전날 유튜브에 올린 '약속을 지킨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라는 동영상에서 미국의 "실망" 표명에 대해 "사전에 우리가 설명까지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미국이 중국에 할 말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미국을 조롱하는가 하면, 미국의 실망 성명은 "(일본이 아니라)중국을 향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참의원 의원인 에토는 지난해 말 아베 총리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종용한 인물이다.
에토는 이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거론하며 "일본이 아무리 자제하려고 노력해도 중국의 팽창정책은 중단되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총리의 (참배)결단이 있었다"면서 미국은 "동맹관계인 일본을 왜 이리 중시하지 않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에토는 지난 해 11월 미국을 방문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과 회담하면서 "총리는 언젠가 참배하니 이해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해 12월 초에는 주일 미 대사관을 방문해 (아베 총리가)참배할 경우 "가능하면 찬성을 표명해줬으면 하지만 어렵더라도 반대는 하지 말라"는 요청도 했다. 미국은 당시에도 에토에게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토는 자신의 발언을 놓고 파문이 일자 이날 기자들에게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총리 보좌관이라는 입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동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에토의)개인적인 견해로 일본 정부 견해는 아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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