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입양된 세살배기 현수 오캘러핸(사진)이 양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현수는 양부모 동의 아래 현지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미국 도착 104일 만에 사망했다. 미국 언론이 공개한 사진에서 현수는 '뽀로로'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다.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현수의 양부인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핸(36)이 1급 살인 및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혐의로 지난 15일 구속수감 됐다. 이날 인정신문에서 검찰은 "현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타를 당해 숨졌다"며 "순진무구한 아이에 대한 끔찍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법원은 오캘러핸에 대해 보석 없는 구금을 결정했다. 2008년에는 미국에 입양된 한국 어린이 4명이 양부에 의해 살해된 바 있다.
오캘러핸 부부는 가톨릭 봉사단체에서 일하며 무려 3년 반을 기다려 지난해 10월 23일 현수를 입양했다. 오캘러핸은 부인이 취업하자 1월부터 육아휴직을 내고 현수와 친아들을 돌봐왔다. 그가 이처럼 어렵게 입양한 현수를 숨지게 한 범행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다른 가족과 다르게 자신이 현수와 유대관계를 맺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체포영장에 따르면, 현수는 1일 현지 저먼타운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없었고 다음날 워싱턴 국립아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뇌출혈과 두 눈에 피가 뭉친 것을 보고 경찰에 외부타격에 의한 증상이라고 신고했다. 그러나 현수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3일 끝내 숨졌다. 검시관들은 부검에서 수 차례 외부충격으로 두개골 앞뒤가 골절됐으며 이로 인한 출혈이 코와 척수까지 뻗쳐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수는 거의 전신에 상처가 있고, 음낭에도 심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부 오캘러핸은 지난달 31일 현수가 샤워 중 뒤로 넘어져 욕조 바닥에 어깨를 부딪혔고, 다음날 수영장과 공원에서 놀이를 한 뒤 낮잠을 잤으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현수의 코에서 출혈성 점액질이 나오고 구토를 하기에 응급실로 데려갔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오캘러핸 부부는 지역신문에 현수는 영원한 자신들의 가족이라는 부음기사를 싣기도 했다.
오캘러핸의 살인 혐의 재판은 증거교환, 대배심 기소를 거쳐 3월 중순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도가 없는 메릴랜드에서 1급 살인은 무기징역, 아동학대 살인은 징역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오캘러핸은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전, 코소보전 등에 참전해 훈장만 7개를 받은 전쟁 영웅이다. 현재 국가안보국(NSA)에서 한국정보를 다루는 한국담당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입양인들이 19일 해외입양을 담당하는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 입양 전 가정조사 강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사무총장 제인 정 트렌카씨는 "현수가 죽은 것은 입양 주선기관인 홀트와 입양을 최종 허가해 준 가정법원에도 책임이 있다"며 "홀트는 현수의 부모를 만나 사망 사실을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