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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익 패러다임을 바꾼다] <상> 은행 의존도를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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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익 패러다임을 바꾼다] <상> 은행 의존도를 줄여라

입력
2014.02.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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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총 순이익이 전년보다 38%나 급감한 4조4,950억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50.8%)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지주사들이 말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 기조. 금리가 낮다 보니 지주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인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줄어들었고 이게 수익 악화의 직격탄이 됐다는 것이다. 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에 금융지주사가 등장한 것이 2001년. 은행 편중의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사실 그 동안 지주사들은 손쉽게 이자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현실에 안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적댈 수 없다는 게 지주사들의 공통된 인식. 우리 경제도 이제 선진국처럼 저성장-저금리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는데다, 갈수록 고객들의 금융상품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탓이다. 국내 은행영업에만 집중하는 현재와 같은 행태로는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의 총자산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하나금융이 87.7%로 가장 높고 KB금융은 75.7%에 달한다. 가장 포트폴리오 분산이 잘 된 것으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의 은행 자산비중은 68.3%다. 이익에 대한 은행 의존도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만약 은행권에 위기가 닥치면 곧 바로 금융지주의 존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각 금융지주들이 너도나도 비은행 부문 인수ㆍ합병(M&A)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주요 매물이 쏟아질 때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은행 외 분야의 M&A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내실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 당시 농협금융과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맞붙었다가 고배를 마셨고, 향후 매물로 나올 LIG손해보험과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하나금융의 변화도 업계의 관심사다. 하나금융이 최근 새롭게 내놓은 금융그룹 전략이 향후 10년 안에 은행과 비은행 이익 비중을 7대 3으로 맞추겠다는 것.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보험사 인수ㆍ합병을 추진하고 투자은행(IB) 부문을 적극 키우겠다"고 강조한다.

신한카드 등 비은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한금융은 한동우 2기 체제를 맞아 더욱 가속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동우 회장은 "투ㆍ융자 복합상품, 다양한 대체투자 등 넒은 관점에서 고객 및 보유자산의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품에 안으면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 상태. 임종룡 회장은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로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됐고, 농협중앙회과 연계한 상호금융 효율화도 계획할 수 있어 상당한 비은행 분야 다각화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비은행 부문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얘기다. 앞으로 비은행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금융지주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지금껏 그랬듯 금융지주들이 은행 의존도를 확 줄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비은행 부문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M&A 못지 않게 은행과 비은행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도 일부 제한되는 등 장애물도 상당하다. "이럴 거면 왜 금융지주를 도입했느냐"는 볼 멘 소리까지 흘러나온다. 여기에 더해 은행 위주의 손 쉬운 영업에만 안주하는 금융지주 경영진들의 안일한 마인드도 확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실 금융회사들이 지금까지 늘 말만 앞섰을 뿐, 실제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며 "정부 역시 특정 사안이 터질 때마다 정책을 바꾸지 말고 일관되게 은행, 비은행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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