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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20일] 자성과 반성

입력
2014.02.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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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며칠 전에는 러시아로 귀화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해, 우리에게 만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주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빙상연맹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던 사람이, 어떤 사안이나 이슈가 터졌을 때 대중의 여론을 동물의 감각으로 살핀 후에 대세에 편승해서 격문에 가까운 선전, 선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는 단숨에 갈채를 받고 스타가 된다. 이건 해방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 늘 반복되어온 일이다. 담론의 선점이 필요한 정치판이나 문화판이 특히 그랬다. 우리에게 늘 부족했던 것은 비난이 아니라 반성이나 자성이다. 나는 러시아 국적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결과적으로 아무에게도 상처가 안 됐으면 좋겠다. 성숙하고 겸허한 자세로 반성할 이들이 반성하면 되는 일이다. 그 누구도 상처 받는 일로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빙상연맹 관계자들조차도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반목으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 귀화를 신청할 때 우리는 무슨 관심이 있었나. 우리 모두 평소의 무관심을 조금씩만 자성하면 되는 거다. 이미 어떤 감정의 기류가 형성된 여론에 편승해 마치 한풀이처럼 어떤 대상을 성토하는 건 성숙하지 못한 인격의 드러냄일 터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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