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응급실 실려 온 딸, 엄마에 "당신 누구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응급실 실려 온 딸, 엄마에 "당신 누구냐"

입력
2014.02.19 11:40
0 0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의 지옥에서 허리 등을 다쳐 울산 시티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A(19)양은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온 어머니를 보고 "여기 어디냐" "당신 누구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후 약물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A양은 여전히 말이 없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어머니는 "몸은 나아진다 해도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를 겪은 부산외대 학생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지붕에 깔려 생사를 넘는 경험을 했거나, 친구들이 죽어간 끔찍한 사고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학생들 모두 불안 증세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사고 이틀째인 18일 입원 환자들을 제외한 학생들을 부산으로 태워가기 위해 부산외대 측이 20대의 버스를 준비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버스 타기를 거부했다. 막힌 공간에 대한 공포, 교통사고 등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밀려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은 부산외대 캠퍼스에 도착해서도 대부분 시선을 땅에만 박은 채 걸었다. 일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갑자기 오열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신입생 B(여)씨는 "당분간 집에만 있을 생각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잠만 자고 싶다"고 털어놨다. 재학생 C(여)씨는 "눈을 감으면 참혹했던 그때 모습이 떠올라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인터넷을 하며 밤을 새우다 쓰러져 잠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변기찬 부산외대 사고대책본부 상황팀장은 19일 "리조트에서 사고를 당한 학생 2~3명이 불안 증세로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통보했다"며 "한국심리학회와 연계해 상담 치료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생명을 위협받은 대형사고를 겪은 사람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한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인다. 이런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다. 사고 상황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거나, 사고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려 하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등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이나 복통, 근육통 같은 신체적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스무살 안팎의 젊은 학생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욱 취약하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환자일수록 중ㆍ장년층에 비해 치료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발생 수십 년 뒤까지 이어지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고 경험자와 가족들은 사고 직후 분노와 불안,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막연히 '좋아지겠지' 하고 체념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이 교수는 "편히 잘 수 있게 도와주고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등 피해자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그래도 한 달 넘게 호전이 없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