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8ㆍ볼티모어)은 KIA 시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둔 수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의 뜻을 밝히면서도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3년 보장액은 61억원. 국내에 남을 경우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계약이 늦어지는 와중에 국내 여러 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자 오히려 오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선발 보장이 아니더라도, 첫 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지라도 일단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겠다는 일념만 그의 머리 속에 남았다.
윤석민은 19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새라소타에 있는 볼티모어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박찬호라는 선수가 미국에서 뛰는 것을 보면서 빅리그의 꿈을 꿨다”며 “그 꿈에 가까이 와있어 설렌다. 시즌을 시작해 빨리 던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의 리그이니까 타자들이 잘 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내공을 던지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KIA에서 불펜으로 뛴 것과 관련한 많은 의구심과 우려에 대해서는 “팀에 마무리가 없어 역전 당한 경기가 많아 불가피하게 보직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민은 “한국에서 좋은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난 메이저리그에 가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빨리 나가서 운동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조금 지루했다. 지금은 마운드에 서는 것만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입단식을 치른 윤석민은 류현진(27ㆍLA 다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 직행한 선수가 됐다. 역대 한국인으로는 15번째 빅리그 진출이다. 현재 4선발까지 꾸린 볼티모어에서 5선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윤석민은 “계약할 때나 입단할 때나 상황이 똑같다. 보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단 잘해서 감독님에게 잘 보이고, 그래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입단식에는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이 참석했다. 쇼월터 감독은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윤석민에게 직접 입혀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듀켓 단장은 “윤석민은 제구력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감독이 결정하겠지만 다방면에 걸쳐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윤석민이 받을 보장 금액은 3년간 최대 575만달러(61억원)로, 구단과 합의한 옵션과 보너스를 포함하면 1,325만달러(140억원)다. 윤석민은 귀국하지 않고 캐나다로 건너가 미국 대사관에서 메이저리그 취업비자를 발급받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한편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선은 “우발도 히메네스의 볼티모어 입단이 윤석민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윤석민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선은 “윤석민의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은 2015년부터 발효된다”며 윤석민의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쇼월터 감독은 “아직 윤석민의 보직을 확정하지 않았다. 훈련 과정을 지켜본 뒤 윤석민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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