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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주 리조트 체육관 설계대로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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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주 리조트 체육관 설계대로 짓지 않았다

입력
2014.02.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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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10명을 포함,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지붕에 설계서 내용과 달리 H빔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체육관 시공 및 감리 부실 등 건축 전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이 체육관은 법적 미비로 준공 이후 외부 안전점검도 받지 않는 등 정부의 허술한 안전규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설계서에 따르면 체육관에는 두께 500x400㎜의 철골 H빔 기둥이 가로, 세로 각 7개, 지붕(보)에는 600x400㎜ H빔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H빔은 지붕의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북도가 18일 붕괴사고 현장을 살펴본 결과 지붕에서 떨어진 H빔을 발견하지 못했다. 붕괴사고 직전의 체육관 사진에도 천장의 H빔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부 기둥이 없는 PEB(Pre Engineered Metal Building) 공법으로 체육관을 건축하면서 설계도와는 달리 지붕에 H빔을 설치하지 않은 게 붕괴사고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감식을 거친 뒤 건축주와 시공사, 감리, 건축구조기술사 등을 상대로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 체육관은 법적인 안전진단 대상에서 빠져 있어 2009년 준공 이후 한 번도 외부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대응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사고 시설은 지상 1층 연면적 1,205㎡ 규모로 의무 점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중이용 건축물의 안전점검과 관련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연면적 10만㎡ 이상 또는 21층 이상 건축물이거나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0㎡ 이상인 문화집회시설 종교시설 숙박시설 등은 의무적으로 외부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고가 난 체육관은 바닥면적이 1,205㎡여서 이런 의무를 피해갔다. 1995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을 거쳐 제정된 두 개의 법이 있지만 50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행사를 가질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이 안전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안전 점검 책임은 코오롱에 주어진 것이지만 코오롱 측의 자체 점검도 허술했다. 코오롱은 1월말까지 매달 점검을 실시했지만 전기ㆍ가스 등 제반시설 점검에 치우쳐 폭설 시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구조에 대한 점검은 육안으로 체크하는 데에 그쳤다. 제설작업도 70㎝ 눈이 쌓여있었던 지붕이 아닌 도로만 했다. 부산외대를 비롯한 투숙객에게 폭설과 관련한 안전 관련 안내도 하지 않았다.

또 이 체육관처럼 철제 벽 사이에 유리섬유를 넣은 샌드위치패널 건물은 가장 안전에 취약한 위험건축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안행부는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다중이용 건축물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08년 12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이후 전국에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1,000㎡ 이상 물류창고 3,612곳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지난 10일에도 울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샌드위치패널 지붕이 무너져 특성화고 학생이 숨지는 등 7개 공장 지붕이 무너지고 2명이 사망했다.

한편 대구지검은 이날 최종원 1차장검사를 본부장으로 강력부 전원 등 검사 11명과 수사관으로 구성된 '수사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건축학계, 공공기관을 포함한 감정단을 구성,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계획이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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