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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부상자들이 전하는 사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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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부상자들이 전하는 사고 순간

입력
2014.02.1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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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지붕이 무너지는 걸 보자마자 출입문 쪽으로 뛰었어요.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이 '까~악' 하며 비명을 질렀고, 다른 학생들도 저랑 같은 방향으로 달렸어요. 출입문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무언가에 머리를 맞아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현장에서 매몰됐다 가까스로 구조된 부산외국어대 아랍어과 신입생 김준우(19)씨는 사고 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운 표정이었다.

18일 새벽 울산 21세기좋은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김씨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발을 절뚝거렸다. 그는 무너진 철골 구조물에 깔려 40여분을 버텼다고 했다.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 눈 바닥에 얼굴을 이리저리 부볐다. 그는 "건물에서 먼저 빠져 나온 선배들이 저를 구하려고 애썼지만 무리였다"며 "잠잠하던 철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무너질 때 정말 놀랐지만 다행히 소방관들이 도착해 구조됐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신입생 1,012명은 17일 오후 3시 30분쯤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1박2일 일정의 신입생 환영회를 위해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에 도착했다. 오후 7시쯤 저녁을 먹은 아시아대 신입생 560여명은 레크리에이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했다. 나머지 미주ㆍ유럽대 학생들은 숙소에서 대기했다.

한창 행사가 진행되던 중 오후 9시 6분쯤 무대 쪽 지붕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 학생은 소리를 들었지만, 대부분은 행사에 집중하느라 바로 듣지 못했다. 순식간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무대 조명이 터지면서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V자로 꺾여 내려오더니 와르르 무너졌다"며 "비명을 지르며 달리던 학생 상당수가 넘어졌고 출입문이 좁아 주먹으로 창문을 깨 탈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체육관 출입문은 건물 정면과 무대 뒤편, 왼편(무대를 바라보고) 등에 3개가 있었지만, 뒷문은 무대에 가려 보이지 않아 학생들 대부분은 정문 쪽으로 뛰었다. 일부는 자신들이 들어왔던 옆문으로 향했지만 굳게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결국 닫힌 문 쪽으로 달린 학생들은 매몰되거나 천장이 내려앉으며 갈라진 벽 틈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희민(19)씨는 "무대 앞 쪽에 앉아 있다 놀라 정문으로 뛰는 사이 뒤쪽 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며 "천장이 무너진 건 10초도 안 된 짧은 순간이었으며, 밖에 있던 학생들이 창문을 깨 줘 겨우 탈출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울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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