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칠레, 미국, 호주까지 4개 와인강국이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붙는다.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완전 종료됨에 따라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발효 이후엔 호주산 와인이 관세 없이 수입된다. 15%에 달하는 와인관세가 폐지되면 그만큼 가격인하가 예상된다.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산 와인은 한ㆍEU FTA로, 미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한미 FTA로, 칠레산 와인은 한ㆍ칠레 FTA로 이미 관세장벽이 완전 제거된 상태. 가격경쟁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호주까지 무관세혜택을 누릴 경우, 이들 4개국 와인은 이제 동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벌이게 됐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에서 수입물량으론 칠레가 1위, 금액으론 프랑스가 1위다. 가장 많은 양의 와인이 수입된 나라는 칠레-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미국-남아공-호주 순이고, 수입금액으론 프랑스-칠레-이탈리아-미국-스페인-호주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산 와인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륙 단위로 본다면 유럽(프랑스)과 북미(미국), 남미(칠레), 대양주(호주)의 4파전 구도라는 평가다.
이중 가장 열세는 호주다. 수입시장 점유율(물량기준)이 3%로, 나라별 순위에서 7위에 머물고 있다.
호주산 와인은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4년 우리나라와 첫 FTA를 맺은 칠레와인의 공세로 시장 대부분을 잠식당했다. 넓은 의미에서 같은 '신대륙 와인'으로 칠레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탓이다. 이후 2011년 7월 한ㆍEU FTA, 2012년 3월 한미 FTA가 잇달아 체결되면서 유일하게 관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호주산 와인은 사실상 설 땅을 잃게 됐다.
하지만 한ㆍ호주 FTA 발효되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 15% 정도의 가격인하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잃었던 시장을 회복할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와인수입사인 나라셀라 관계자는 "가격측면에서 상대적 불평등이 해소된 것이기 때문에 호주산 와인의 비중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고, 롯데마트 와인 마케팅 담당자는"FTA가 발효되면 와인수입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초반 대대적 가격인하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에 호주산 와인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산 와인은 주로 '쉬라'품종을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쉬라 품종을 쓰는 레드와인 중에선 호주산은 최정상급"라며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에 비해 역사가 짧고, 캘리포니아 와인에 비해 마케팅능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전 세계 와인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펜폴즈, 울프블라스, 옐로 테일 등의 유명 브랜드도 갖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칠레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호주산 와인은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생산량의 80% 이상을 5~6개 대형사가 과점하고 있어 상품구색이 다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미 다른 와인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도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신대륙 와인 중에서 품질은 미국에 밀리고 가격은 칠레에 밀리는 등 어중간한 게 호주산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칠레산 와인의 경우 이미 국내 시장에서 쉽게 흔들리기 힘든 위치를 구축했다는 평가. 대표브랜드 몬테스알파는 와인으론 드물게 국내에서 누적판매량 600만병을 돌파했을 정도다. 와인의 대명사 격인 프랑스산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존'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ㆍ호주 FTA가 칠레와 프랑스의 아성을 깨지는 못하더라도, 와인시장 구도를 한층 경쟁적으로 몰고 갈 것이란 데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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