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완전히 등을 돌렸던 한일 양국이 서서히 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한일 양국 순방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17, 18일 이틀간 외교 당국간 접촉이 잇따르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병기 주일 대사는 17일 일본 외무성을 방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과 30여 분간 면담했다. 이번 회동은 이 대사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양측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 대사는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최로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독도의 날) 행사에 정부측 인사가 참석하는 것이 양국관계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 대사가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측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사이키 차관은 웃음으로 답한 것으로 안다"며 "회동 시간이 충분치 않아 세세한 이슈를 다루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일본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서울을 찾아 우리측 6자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상덕 동북아국장을 잇따라 만났다.
무엇보다 우리측은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일본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최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만큼 이날도 일본측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이하라 국장은 회동 후 "북핵 문제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며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하라 국장은 19일 일본 공관회의 참석차 온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모처럼 대화채널은 열렸지만 속도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관건이다. 우리 정부는 행사 취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보란 듯이 중앙정부의 차관급 인사를 파견할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3ㆍ1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을 상대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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