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강제결혼, 성폭력 등의 피해자에 대해 친척들의 증언을 금지하는 형법개정안 수정을 명령했다고 아이말 파이지 대변인이 17일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이뤄져 관련 범죄 행위는 친척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의회가 이를 금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그 동안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셌다.
외신들에 따르면 파이지 대변인은 이날 "카르자이 대통령이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 여론을 알고 있다"며 "형법 개정안 중 26개 사안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의회가 통과시킨 형법 개정안 재가 단계에서 서명을 거부하고 수정을 명령한 것이다. 파이지 대변인은 "형법 개정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당초 형법 개정안을 만든 법무부가 수정 작업을 하겠지만 친척들의 증언금지 조항 삭제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당초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 형법 개정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등 미군 철수를 앞두고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세력이 추진한 이번 개정안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아프간 의회에서는 여성의 기본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며 부결된 적도 있다.
아프간 인권단체들은 그 동안 정부 조직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가 이번 형법 개정안 수정 명령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아프간 연구자인 헤더 바르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형법 개정안이 정확하게 고쳐질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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