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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19일] 아이스하키 전쟁

입력
2014.02.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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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축구경기를 전쟁에 비유하지만 아이스하키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중 미국-러시아 경기는 전쟁 이상이다. 좌우진영을 대표했던 초강대국으로서의 라이벌 의식에다 시종일관 강력한 몸싸움이 전개되는 아이스하키의 격렬함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인기 구기종목이 아이스하키라는 점도 흥분을 배가시킨다.

■ 소련은 올림픽에서 8번(1992년 독립국가연합 포함)이나 금메달을 딴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에는 한번도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미국 캐나다가 주축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대항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2008년 벨로루시 등 동유럽 8개국 클럽이 참가하는 콘티넨탈하키리그(KHL)를 만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개막 전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함께 아이스하키 친선경기에 직접 출전할 정도로 아이스하키 광팬이다. NHL 일정 때문에 스타급 선수들이 대부분 빠지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올림픽의 아이스하키는 전세계 슈퍼스타들이 모두 참가하는 유일한 '별들의 전장'이다.

■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조별리그에서 맞붙은 미국-러시아 경기는 명불허전이었다. 러시아가 선제골을 넣고 뒤이은 미국의 연속 골, 경기 종료 8분 전 터진 러시아의 동점골. 연장전에서도 갈리지 않은 승부는 승부치기 끝에 미국의 극적인 승리로 끝났다. 푸틴 대통령, 메드베데프 총리까지 경기장에 총출동했지만 냉전 후 계속돼온 러시아의 올림픽 악연은 이번에도 끊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1980년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음에도 소련에 4대 3으로 역전승한 '레이크 플래시드의 영광'을 들먹이며 축제분위기다.

■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동성애자 차별법에 항의해 개막식에 불참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 선수단에게 제공하려던 요구르트의 반입을 유제품 안전통관 기준을 이유로 불허하는 등 양국은 올림픽 기간 중 뜨거운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미-러의 수준 높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는 이런 신경전조차 재미를 더하는 감초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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