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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는 수업을 바꾸자

입력
2014.02.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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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약사와 수질 오염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지난해 서울 동작구 대림초등학교 4학년 1반의 국어 교과 '서로 다른 의견' 단원 수업. 약사가 되고 싶은 우연경양이 담임 강성복 교사에게 물었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직업을 하나씩 고르게 한 후 수질 오염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던 아이들은 잠시 후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다.

"선생님, 가정에서 버려지는 약이 엄청난 수질오염을 일으킨대요." 우양은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기도 했다. 반도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학, 과학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던 박대한군은 이제 "수질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반도체 제조법을 밝혀내는 반도체 공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의 폐수가 심각한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까지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각자의 의견만 내세우고 말았던,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국어 수업은 이렇게 바뀌었다. 아이들은 친환경 방식으로 티셔츠도 직접 만들었다. 우양은 '안 먹는 약은 약국으로 GOGO씽~'이라는 문구를 티셔츠에 새겼다. 강 교사는 "각자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캐릭터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의 입장에서 발표해 봄으로써 흥미로운 수업이 됐다"며 "아울러 진지한 진로탐색의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수질 오염을 주제로 국어, 사회, 과학, 미술, 진로탐색까지 녹여낸 훌륭한 융합수업이 이뤄진 것이다.

1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새교육개혁포럼과 한국교원대 주최로 열린 '신학기, 수업을 바꾸자' 공동포럼. 수업의 방법과 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교사들의 생생한 수업사례들이 공유됐다.

독서 지도와 교육과정을 연결한 경기 진접초등학교의 인성교육 수업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정소정 교사는 "교사들이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지옥에 들어간다'고 했던,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했던 3학년에 이 수업을 적용했는데 학생들간의 싸움이 감소하는 등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나눔, 바름, 어울림, 살림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국어, 미술, 도덕, 과학, 체육 등 관련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다채로운 활동으로 꾸몄다. 아이들이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단어 2개를 일주일간 쓰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어겼을 때에는 '반성의 종이'에 대체어를 써서 '금지어 상자'에 넣도록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문이 줄어들었다. 정 교사는 "'짜증나' '아이 씨' '어쩌라고' 등의 말을 안 쓰니 너무 좋더라며 2학기에는 아이들이 먼저 하자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강연을 한 이원춘 경기 성호중 수석교사(건국대 겸임교수)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창의성 교육을 하기 위해서 융합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융합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은 물론 인문, 사회, 체육, 진로 등의 다양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체험하는 유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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