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반(反)인도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근 1년간 80여명의 탈북자들을 면담하거나 청문회를 가지면서 북한 인권의 실상을 집중 조사해 탄압 사례를 조목조목 밝힌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고문과 투옥, 성폭행과 강제 이주, 심지어 살해와 노예화 등의 인권 탄압이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COI는 인권 탄압을 당하는 북한 주민에 대해 국제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보호 책임' 규정을 적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마이클 커비 COI위원장은 독일 나치체제 하의 인권 침해에 비유하면서 북한재판소의 설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니 가히 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한 종합적인 보고서라 할 만하다. 아울러 중국을 겨냥해서 탈북자 강제 북송은 반인도적 범죄를 방조한 것이기에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북한 당국은 "보고서 내용은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고, 중국도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감안하면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국제기구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거론하면서 향후 국제 사회가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크다.
우리는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탈북자 증언 등을 통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북관계 악화 등을 우려해 침묵해 왔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 정치권도 10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만 해놓았을 뿐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외면할 때가 아니다. 이젠 정부와 여야 모두 남북관계 회복 노력과는 별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제정 등 가능한 조치를 적극 취해가야 한다. 모르는 척 피해 다니기만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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