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2월 19일]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국가 인적자원의 미래다

입력
2014.02.18 12:00
0 0

소니, 노키아, 코닥. 한때 위대했으나 이제는 쇠락한 기업들이다. 우뚝 섰던 거인들이 글로벌경쟁 속에서 한순간에 사라진다. 기술주기가 짧아지고 기업의 운명도 급변하는 데다 단순노동의 가치도 하락일변도다. 동구권이 몰락하고 중국과 인도가 시장경제에 편입된 1990년대초 글로벌시장의 근로자는 14억명에서 29억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남들 다하는 일만 할 수 있는 인력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에,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대우받을 수 있고 국가의 내일 역시 이런 인적자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달렸다. 기업과 산업의 내일이 보장되지 않으니 바야흐로 고도의 인적역량밖에 기댈 데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런 환경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정책분야로 떠오르는 것은 의외로 유아교육ㆍ보육(이하 유보) 정책이다. 영유아기가 인적자본 형성에 가장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확산되었기 때문이며, 그 결과 많은 나라가 영유아 정책에 경쟁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여성인력 활용이 절실한 우리나라는 여성고용증진 목표까지 겹치면서 영유아정책의 중요성이 더 크다.

현재 우리나라 영유아정책은 비용과 효과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분야이다. 2006년 2조 4,000억원 수준이던 유아교육ㆍ보육 예산은 지난해 12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가진 여성의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유아교육과 보육의 질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공립을 비롯한 일부 기관만 신뢰될 뿐, 지역에 따라, 기관유형에 따라, 운영자에 따라 크나큰 격차가 존재한다.

1990년대의 유보통합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로 제안되었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유치원과 복지부관할 어린이집을 교육부 관할 유아학교로 일원화한다는 당시 통합안은 격렬한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흡수하려는 측과 흡수당하지 않으려는 측, 학과간의 이해, 재원확보를 둘러싼 종사자들의 이해 등이 수년간에 걸쳐 충돌하며 장외투쟁을 벌였다. 원래 의도는 미래 인적자원을 잘 키우겠다는 것이었으나, 부처와 시설을 통합하는 데 매몰됨으로써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했고 결국 어설프게 봉합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들이 얻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발표된 새 정부의 유보통합안은 이해관계 대립에 정작 중요한 문제가 덮어버렸던 과거 전철을 답습하지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관할부처나 기관유형이 아니라, 어떤 지역에 살던, 어떤 기관을 선택하던, 교육이나 보육의 질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며, 유보통합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정보시스템과 평가체계를 통합하고, 결제카드를 단일화해 학부모의 선택과 판단을 돕는 것을 필두로 통합계획을 단계화했다. 이는 학부모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정상화가 앞서야 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이다.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해 결국 퇴출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반면, 관할 부처, 양쪽 교사의 상대적 보수, 교사 자격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돈과 힘의 배분'은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차분히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고 한다.

이번 통합안은 학부모가 최종적인 '갑'이어야 한다는 시각을 시종일관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남은 과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되, 지금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유아 돌봄과 교육이 어떤 인간형을 지향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통합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유아교육과, 보육학과, 아동학과 등 관련자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국가의 내일을 설계하는 작업이며, 국가의 내일이 달린 과제이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보건복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