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좌변 패는 이겼지만 대신 백이 패감으로 두 수(△)를 연속해서 둬서 대마가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게 돼서는 아직도 백이 유리한 형세다. 흑이 단순히 우변을 집으로 만드는 정도로는 도저히 계가를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무조건 백 대마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듯이 오른쪽이 훤하게 터져 있어서 흑이 어떻게 둬도 절대로 백 대마가 잡힐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이 바둑은 이 시점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다.
변상일이 그래도 뭔가 수를 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마치 썩은 새끼줄로 호랑이를 묶으려는 격, 김성진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포위망을 빠져 나왔다. (15 … 8)
이후의 실전 진행이 인데 변상일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몇 수 더 두어본 데 불과하다. 결국 하변 흑돌까지 잡혀 버리자 더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뒀다. (5 … △) 200수 끝, 백 불계승.
김성진이 지난해 명인전 본선에 처음 진출해 아쉽게 1회전에서 탈락했는데 올해 두 번째 도전에서는 거뜬히 1회전을 통과, 8강에 올랐다. 반면 변상일은 초반에 과감히 대마 공격을 시도해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수읽기 착각을 일으켜 자멸하고 말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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