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사에서 우편물이 왔다. 어라? 국민카드 안 쓰는데? 라는 의문은 1초쯤 스쳤다 사라졌다. 뭔지 알 것 같았다. 뜯어보니 짐작대로 정보유출과 관련하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사과문을 인쇄물 형식으로 발송한 것이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이 있을 테니 오프라인으로 한 번 더 머리를 조아린 것이겠지만, 이번엔 또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나 싶어 적이 기분이 상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국민카드를 소지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은행 계좌는 십 몇 년 전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기 위해 개설했다가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지시킨 게 전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려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정보유출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본인 확인용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고유 식별 정보 처리에 동의해야 한다는 문구의 벽에 부딪혔다. 동의해주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은행에서도 병원에서도 부지기수였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정보가 빠져나갔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너의 신상 정보부터 내놓으라는 해괴한 메시지. 그렇게 수집된 정보에 의해 카드사에서는 나와 거래를 튼 적도 없으면서 주소를 알아내 사과문을 보낸 걸까. 오히려 화만 부추긴 사과문을 마구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지만, 그런다고 줄줄 새어나가는 신상명세의 구멍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딱한 노릇이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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