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협상 타결로 원격진료,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등이 정부 안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반발해 다음달 3일 집단휴진(파업)을 예고했던 의협은 초진료 인상, 상담수가 신설 등의 대가를 얻게 됐다. 지난달 의료발전협의회를 꾸려 협상을 벌여온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원격진료, 영리자회사 허용 합의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에 따라 현재 허용돼 있지만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의료인 간 원격상담이 활성화되고, 경증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처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추진된다. 의료인 간 원격상담은 옆에 환자를 둔 의료인(의사 간호사 한의사)에게 멀리 있는 의사가 모니터를 보며 상담하는 것으로, 앞으로 수가가 신설되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관련 수치를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전화나 모니터로 상담해주는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의협은 동의했다. 의협은 시범사업을 먼저 거친 뒤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복지부는 원격진료∙처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해서는 "의료법인 자본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협ㆍ의협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수가 신설, 건정심 개편 등 보상 약속
의협이 정부안을 받아들인 대신 정부는 수가 신설 등 반대급부를 약속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수가 도입과 함께, 동네병원이 환자에게 건강상담을 해주는 데 대한 '전문상담수가'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현재 1만3,580원인 1차 의료기관의 초진수가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 간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맡기도록 돼 있는 수가 결정을, 조정소위원회에서 조정하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조정소위원회는 의료기관과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가 동수로 참여함으로써 수적으로 열세인 건정심보다 의료계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의협이 요구해온 건정심 구조 개편은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 가입자 대표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밀실야합 비판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복지부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축소 등 3대 비급여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병원들에게 각종 수가 신설 등 보상책을 제시했을 때도 가입자 측 동의가 없었던 것에 이어 이번에도 의정끼리의 합의였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 "정부와 의료공급자 단체가 국민건강권이나 의료비 부담증가에 대한 고려 없이 원격의료 도입과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건정심에서 조정소위원회 신설을 인정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이날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며 "파업날짜를 정하지 않고 19일부터 파업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안이 노 회장이 애초에 내걸었던 원격진료 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등에선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개원가에서는 "원격의료를 반대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고려해 원만히 마무리 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집단휴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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