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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2월 19일] 컬링과 쇼트트랙의 명암

입력
2014.02.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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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컬링과 쇼트트랙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들은 메달 밭 쇼트트랙도, 이상화(25ㆍ서울시청)를 앞세운 스피드스케이팅도 아니다. 단연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자 컬링 대표팀이다.

국내에서 컬링은 생소한 종목이다. 등록 선수는 700여명에 불과하고 국제 규격의 링크도 두 곳 밖에 없는, 한마디로 비인기 종목이다. 대표팀 선수들도 유치원 보조교사, 주부, 대학 중퇴생 등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외인부대에 가깝다.

하지만 여자 컬링 대표팀은 쇼트트랙의 성적 부진과 안현수(29ㆍ빅토르 안) 귀화 파문으로 분위기가 가라 않은 선수단 및 국내 팬들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TV 중계를 통해 경기 장면이 생생히 안방으로 전달되면서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헐, 업'의 기합 소리에 웃었고 '빙판 위의 알까기'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다. 경기가 열릴 때면 TV 앞에 있던 시청자들은 서로 까다로운 룰을 아는 체 뽐냈고, 선수들의 시원한 외모에 눈을 떼지 못했다.'제2의 우생순'을 꿈꾸던 여자 컬링 대표팀의 첫 도전은 3승6패, 4강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했지만 이미 그들의 눈은 4년 뒤 평창을 향해 반짝거렸다.

반면 쇼트트랙은 효자 종목에서 애물단지가 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은 지난 밴쿠버 대회까지 금 19개, 은 11개, 동 7개로 3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전체 메달수(45개)의 82.2%다. 밴쿠버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여자 피겨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쇼트트랙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2006 토리노 대회까지는 사실상 쇼트트랙이 한국 동계 스포츠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

특히 노메달 위기에 처한 남자부의 부진은 안현수의 부활과 맞물려 국내 빙상계, 특히 쇼트트랙 자중지란의 근원이 되고 있다. 예전에 드러났던 파벌 간 담합, 승부 조작 등 국내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2009~10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일부 코치와 선수들이 협조하고 협의한 사실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실력보다는 줄서기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배경에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쇼트트랙의 위상이 있다.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힘들기 때문에 파벌과 나눠 먹기 등이 판을 칠 수 있었다. 여자 양궁처럼 쇼트트랙도 일단 올림픽에 출전하면 색깔이 문제지 메달은 확실히 보장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변수'와 '어부지리'다. 몸 싸움 탓에 실격 처리돼 4년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도 많았다.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선두를 달리던 신다운(21ㆍ서울시청)과 이한빈(26ㆍ서울시청)이 서로 부딪쳤다. 앞서 가던 신다운이 넘어지면서 뒤에 있던 이한빈도 함께 탈락했는데 이한빈은 재심에서 구제돼 결승에 올랐지만 6위에 그쳤다. 꼴찌를 달리다 앞서가던 선수들이 무더기로 넘어지면서 실력보다는 운에 가까운 '어부지리' 금메달도 있었다.

쇼트트랙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며 기록을 단축시키는 경기라기 보다는 순위 싸움이 주가 됐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한국 선수가 결승에 2~3명이 진출해 상대 선수를 견제하면서 우리끼리 메달 색깔을 나눠 먹는 것도 가능했다. 한 때 한국이 '외발 타기 주법''호리병 주법'등을 선보이며 다른 나라 선수들을 압도 했지만 이제는 기량이 평준화돼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현수의 금메달을 보는 국민들은 씁쓸하다. 박수만 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피해자는 지금 소치에서 뛰고 있는 쇼트트랙 선수들이다. 가뜩이나 성적이 안 좋아 얼굴도 들 수 없는데 '안현수 귀화 파문'의 장본인인 것처럼 낙인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폐부를 도려내 안방에서 열리는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더 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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