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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교 신학자 신광은 목사, "한국 교회, 사이비구원론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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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교 신학자 신광은 목사, "한국 교회, 사이비구원론 수렁에 빠졌다"

입력
2014.02.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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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년 10월 31일 밤, 독일 비텐베르크대학에 재직하고 있던 34세의 젊은 교수 마르틴 루터가 비장한 표정으로 비텐베르크 성당의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손에는 '95개조 반박문'과 망치 그리고 못이 들려 있었다. 비장하지만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성당 문 앞에 이른 루터 교수는 반박문을 성당 문에 대고 못을 박기 시작했다. "쾅 꽝 꽝…" 작은 울림이었다. 1,000년 가톨릭 왕국을 깨는 종교개혁은 이렇게 시작했다.

"한국 개신교회도 종교개혁 직전의 유럽 교회와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개혁을 외치던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지요. 한국 교회는 복음을 살인면허로 바꿔 놓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포이에마출판사에서 만난 침례교 신학자 신광은(46ㆍ대전 열음터교회) 목사는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을 말하며 루터 교수 같은 비장함을 보였다. 신 목사는 최근 (포이에마 발행)를 발간하고 한국 개신교회가 구원관 등 신앙의 뿌리부터 잘못돼 있으며 예수의 십자가를 색욕거리로 바꿔 버렸다고 진단했다. 복음을 왜곡하고 중세 가톨릭처럼 면죄부(가톨릭은 '대사부'라고 함)를 남발한다고 갈파한 것이다.

꼭 신 목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한국 개신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헌금 횡령, 성 추행, 논문 표절 등 갖가지 범죄 행위가 만연하지만 진심 어린 회개나 사과는 없으며 목회자는 잘못을 하고도 버젓이 다시 활동하고 있다. 종교 개혁을 앞세우며 등장한 개신교회가 가톨릭 교회보다 더 타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런 현실을 신 목사는 "희극적"이라고 평한다.

신 목사가 더 우려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가 목회자 개인의 잘못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 지도자 몇몇의 인간적인 연약함에서 생겨난 도덕적 스캔들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회의 윤리적 실패는 '나쁜 신학'과 얽혀 있습니다."

신 목사는 양립하기 힘든 칼뱅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를 제멋대로 버무린 사이비 구원론 즉 '아르뱅주의'를 나쁜 신학으로 규정한다. 프랑스 신학자 장 칼뱅(1509~1564)이 창시한 칼뱅주의와 그 아류 격인 네덜란드 신학자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1560~1609)의 아르미니우스주의는 400년 가까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대표적 개신교 신학이다. 칼뱅주의는 장로교의 뿌리이고 아르미니우스주의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의 지지를 받았다.

두 신학은 구원론에서 확연히 갈린다. 칼뱅주의는 하나님이 구원을 예정해 놓았다는 예정론을 통해 '한번 구원받으면 영원히 구원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 신비 속에 감춰져 있어 우리는 자신이 천국 백성으로 택함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복음을 믿고 성경과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으며(내적 증거) 변화한 삶과 도덕적 행위(외적 증거)를 통해 구원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칼뱅주의자들은 열정적으로 도덕적 삶을 추구한다.

반면 아르미니우스주의는 예정설을 부인한다. 각 개인이 주체적인 선택에 의해 회개하고 하나님을 구주로 영접해야 구원받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칼뱅주의처럼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타락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회개와 보속(補贖)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한국 교회가 젖어 있는 아르뱅주의는 개인이 자유의지로 하나님을 영접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아르미니우스주의 구원론을 내세우다가도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면 '한번 구원받으면 영원히 구원받는다'는 칼뱅주의로 돌아서는 카멜레온 같은 신학"이라며 "한국 개신교회는 아르뱅주의를 통해 어떤 죄를 저질러도 믿음만 있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현대판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초대 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개신교의 정신을 배반하고 예수의 숭고한 가르침을 '값싼 구원'으로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신 목사는 "아직 답을 낼 준비가 안돼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믿음과 행위의 조화 회복 ▦'지상에서 천당으로'라는 영지주의적 장소적 구원관에서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로'라는 통치적 구원론으로 전환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그는 "한국 개신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충정에서 '과격한' 메스를 들이댔지만 내가 던진 구원론의 화두가 교회 개혁을 부르는 초청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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