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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눈 쌓여 있고 해발500m 위치… 구조대·장비 도착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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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붕괴] 눈 쌓여 있고 해발500m 위치… 구조대·장비 도착 늦어져

입력
2014.02.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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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출동, 긴급 출동." 경북 경주소방서 감포치안센터 양남지구대 김권현(38ㆍ소방교) 구조대원이 한 통의 다급한 출동 지령을 받은 것은 17일 오후 9시 6분. 1분 후 그는 최옥준(34ㆍ소방사) 대원과 함께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가는 구급차 위에 올라있었다. 10㎞ 떨어진 사고 현장까지는 평소 15분이면 도착하지만 이날 따라 눈발이 세게 날리고 길도 얼어붙어 해발 500m의 리조트 본관까지 30여분 후인 9시40분에야 도착했다.

머리에 피가 터지고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학생들로 이미 리조트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학생들에게 "더 위급한 환자를 태우자"고 양해를 구한 후 사고 현장인 체육관 쪽으로 운전대를 꺾었으나 길이 미끄러워 바퀴가 헛돌았다. 마음이 급해 우선 상처가 심한 학생 8명을 울산시티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리조트 사고 현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119구조대와 경찰, 취재 차량으로 뒤엉켰다. 2차 붕괴를 우려한 경찰이 현장접근을 통제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살려달라"는 비명이 이곳 저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소형 굴삭기를 이용, 패널을 들어올린 후 전기톱으로 잘라내고 삽으로 눈을 퍼내길 수 차례 한 후에야 겨우 학생 한 명이 구조됐다.

현장에서 빠져나온 남학생들도 곧 구조대열에 동참했다. 무대 앞에 앉아있다 머리와 목 등에 타박상을 입은 김강현(19ㆍ베트남어1)씨는 자신이 30분이나 매몰된 처지였는데도 넘어진 여학생을 일으켜 탈출을 도왔다. 한 여자 신입생은 "구조물에 깔려 순간 정신을 잃었는데 남학생들이 구해줬다. 아비규환 속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부터 구조해 창문을 뜯고 바깥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남학생들은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새벽까지 현장을 지키며 "살 수 있다"고 외치고 이불보를 들고 부상자들을 옮겼다. 미얀마어과 대표인 양성호(25)씨의 사망도 이렇게 후배들을 구하러 뛰어들었다 일어난 비극이었다.

결국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매몰 당시 입은 상처로 기력이 빠진 학생들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구조대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제 H빔과 폭격을 맞은 것처럼 주저앉은 벽면 패널 사이로 이름 모를 학생의 신발짝과 찌그러진 휴대폰 등 소지품이 나뒹굴었다. 새벽 2시 붕괴현장의 샌드위치 패널이 제거되고 다시 눈을 걷어내는 작업이 계속됐다. 하지만 눈 속에서는 또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신이 발견돼 구조대원들을 허탈케 했다.

이날 동원된 장비는 구조공작차 12대, 펌프차 9대, 구급차 58대, 중장비 등 모두 104대로 소방대원만 경북과 대구, 울산에서 412명이 출동했다. 의용소방대원도 150명이 힘을 보탰다. 인명구조견도 동원됐다.

구조작업은 밤을 꼬박 세운 채 진행됐지만 더 이상 구조된 학생은 없었다. 실종 및 매몰 학생에 대한 확인도 쉽지 않았다. 신입생들이어서 서로 얼굴을 잘 모르는데다 사고 직후 소식을 듣고 온 부모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귀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아침까지 학생 2명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다행히 아예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10명, 중상 2명, 경상 103명 등 115명의 사상자를 낸 마리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현장의 구조작업은 18일 오전9시30분 일단락됐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경주=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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