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유죄 판결은 국회의 국가정보원 개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국정원 권한의 오ㆍ남용 축소보다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목소리에 일단은 힘이 실리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공정보 수집 능력 향상을 위해 기존의 유선전화뿐 아니라 휴대전화 감청까지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과 국정원에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안도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기세다.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정치개입 등 권한 남용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한 만큼, 이제는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찾아주는 데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국정원 대공 수사권은 검ㆍ경 이관 여부를 놓고 여야가 논란을 벌였지만, 이석기 사건 판결을 계기로 강화 논의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대공수사권 분리가 관철이 안 된다면 국정원 기능을 강화하는 그 어떠한 법안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사건의 쟁점화로 국정원 개혁 동력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우선 이 사건의 실체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데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검 도입 추진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건 축소ㆍ은폐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김용판 전 서울청장마저 무죄선고가 나왔다.
국정원 개혁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여야가 지난해 연말 합의한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금지 조항 등 정치개입 근절 방안도 완벽한 통제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이 오는 20일 특위에 내놓을 정보수집 활동 가이드라인, 이른바 '셀프 규제'가 얼마나 충실할지도 의문이다.
또 특위 활동 시한은 이달 말로 종료되지만 대공수사권 이관, 국내정보파트 폐지 등 국정원 개혁의 핵심 쟁점과 관련해 여야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도 희박해 사실상 국정원 개혁도 시늉만 내다가 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주도로 이뤄진 국정원 개혁 논의를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며 "특위는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