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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수속 위해 버스 멈추자 범인 뛰어들어… 순식간 불길 번져 창문 등 통해 필사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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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수속 위해 버스 멈추자 범인 뛰어들어… 순식간 불길 번져 창문 등 통해 필사 탈출

입력
2014.02.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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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명이 사망한 이집트 폭탄테러는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였다. 이집트인으로 추정되는 20대 괴한은 국경초소에서 출국 수속을 위해 버스가 정지하고 문이 열린 틈을 노려 버스에 올랐고, 그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한가롭게 앉아 있던 승객들은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번 테러는 폭탄 투척보다는 자살폭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후 2시 40분쯤(한국시간 오후 9시 40분) 충북 진천중앙교회 신도 31명(남자 11명, 여자 20명),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35)씨, 현지 여행업체 사장 제진수(56)씨 등 한국인 33명과 이집트인 운전기사와 이집트인 가이드까지 총 35명이 탑승한 관광버스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기 위해 시나이 반도의 타바 국경초소에 멈췄다. 이들은 11일 현지에 도착해 터키와 이집트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이스라엘로 향하던 길이었다.

현지 가이드가 버스에서 내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타려는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20대 괴한이 버스 안에 올라탄 뒤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버스 앞쪽이 화염에 휩싸였고 곧이어 사방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쏟아졌다. 승객들은 짐을 챙길 겨를도 없이 깨진 창문과 버스의 중간 문을 통해 일단 몸부터 먼저 황급히 빠져 나왔다. 버스 뒷자리에 있어 제일 늦게 도망친 차기호(57)씨는 "곧바로 불길이 버스 전체를 덮쳤다"며 "2, 3초만 늦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것"이라며 소스라쳤다.

앞쪽에서 터진 폭발에 이은 화염으로 버스는 전소돼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가이드 김씨와 제씨, 이집트인 운전기사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여신도 김홍열(64)씨는 온몸에 피를 흘린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딸 윤모(34)씨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이 이국 땅에서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통곡했다.

부상자 14명은 폭탄 파편에 맞아 주로 무릎 아래가 다쳤지만 폭탄이 버스 앞쪽에서 터지면서 불행 중 다행으로 중상을 피해 생명이 위독한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파편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2명은 추가로 파편이 발견돼 2차 수술을 앞두고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14명과 보호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5명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안전지대로 대피했고 이들은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폭탄테러 10여분 뒤, 현지 언론에서 사건을 긴급 타전했다. 이에 이스라엘 주재 영사가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에 항공편으로 가장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현지 상황을 파악해 외교부로 첫 공식보고가 올라온 것은 테러발생 3시간쯤 지난 뒤였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사건 발생 13시간 뒤인 17일 오전 10시 45분 이집트 현지로 출국했다. 중앙교회도 사고 수습을 위해 교회 대책위원 2명, 김씨 유족 3명, 진천군 비상대책본부 관계자 1명 등 6명이 18일 오전 1시 비행기로 이집트 카이로로 출발했다.

진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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