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2년 뒤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도 상당해 선거판을 향한 '전직 경찰 러시(Rushㆍ돌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강덕 전 해양경찰청장은 16일 경북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포항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경찰대 1기로 서울, 경기경찰청장 등을 지낸 이 전 청장은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전 청장과 경찰대 동기인 조길형 전 중앙경찰학교장도 충북 충주시장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경선에 후보로 나섰다. 지난해부터 전남 목포시장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민주당에서 탈당,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합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충북도지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20일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아직 공식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출판기념회=정계 진출'이란 등식으로 미뤄 정계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새누리당 인사로부터 권유를 받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총경 출신 경찰들도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정조준했다. 정년퇴직을 4년 앞두고 지난달 명예퇴직한 차상돈 전 경남 사천경찰서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사천시장을 노리고 있다. 박승주 전 전남 순천경찰서장은 15일 전남 보성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민주당 보성군수 후보 경선에 돌입했다. 경북 영양경찰서장을 지낸 이갑형 전 부산경찰청 총경도 같은 날 출판기념회를 열고 영양군수 선거에 뛰어들었다.
지방선거 열기 속에 2016년 5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노리는 경찰들의 하마평도 무성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은 고향인 강원 동해시에서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19대 총선 때 공주에서 낙선한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전 경찰청 차장)과 경주에서 떨어진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전 서울경찰청장)도 명예회복을 벼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축소ㆍ은폐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역시 꾸준히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경찰 고위직 중 한 명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3월 명예퇴직 이후 서울과 대구에서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선거에 나가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고, 경찰 출신들은 공직 경험과 치안정책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퇴직 직후 특정 정당 후보로 나와 재직시절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경찰들이 정계 진출을 위해 재직 중 특정 당에 잘 보이려고 한다면 법치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지방자치에서 중요한 행정과 교육에서 이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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