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세계관을 넓혀주고 즐거운 놀이로 교육하자는 방정환과 이오덕 선생의 정신을 계승해 2005년 12월 창간호를 낸 월간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보리 발행)가 내달(인쇄일 기준 2월20일) 제100호를 발간한다. 학습만화책과 참고서들이 출판시장을 장악한 나머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종합 월간지 시장이 거의 무너져버린 요즘, 온전히 비 학습만화와 연재 동화 등으로 채워진 '개똥이네 놀이터'와 같은 잡지는 찾기 어렵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월간지가 또 있지만 대체로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로 그 대상이 광범위하거나 어른들마저 독자로 놓는 어린이 문학잡지여서 순수한 의미의 어린이 종합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등 1980년대까지 어린이 문화를 선도한 어린이 종합잡지들이 사교육 열풍 아래 하나 둘 사멸한 풍토에서 100호를 맞는 '개똥이네 놀이터'의 의미는 이래저래 크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개똥이네 놀이터'는) 어린이 잡지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초등학생 대상의 교양잡지로 100호를 넘긴다는 것은 한국과 같은 출판시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콘텐츠와 만화들이 충실해 초등학교 도서관 대출 잡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 평론가 한미화씨는 "초등학생 대상 잡지는 인기 만화와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린이 잡지가 거의 사라진 지금은 순수한 만화 시장도 통째 날아간 상황"이라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창작자들은 잡지를 중심으로 모이고 세를 불려가는데 어린이 만화시장을 살려간다는 측면에서 '개똥이네 놀이터' 100호의 의미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똥이네 놀이터'의 편집방향은 지식 전달과 거리가 멀다. 아이들이 자연과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에 가깝다. '놀자' '하자' '웃자'를 모토로 내세우는 이 잡지는 생태와 놀이, 그리고 문학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진다. 잡지를 읽는 아이들이 일과 놀이가 하나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그리고 자연과 더욱 가깝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콘텐츠 구성이 100호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유문숙 '개똥이네 놀이터' 편집장은 "잡지를 학습 보조수단이라고 믿는 학부모에게는 연간 구독료(12만원)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1호부터 100호까지 끊지 않고 구독해온 독자가 400명에 이를 정도로 아이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공감하는 부모가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개똥이네 놀이터'는 창간 당시 유료 구독자가 5,000여명이었다. 이후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현재 8,000명 정도의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유 편집장은 "잡지에 연재하는 작가들이 주로 어린 시절 자연에서 놀았던 기억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아이들과 소통한다"며 "마음이 툭 터지는 만화와 글들이 독자를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잡지로 어려움 없이 장기 발간을 하려면 무엇보다 재정적인 탄탄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판사들은 종종 후원 단체와 손을 잡기도 하지만 이 경우 편집 방향을 정함에 있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개똥이네 놀이터'는 100호 발간을 맞아 벽지 도서관, 아동센터 등에 잡지가 두루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후원사업을 준비 중이다. 구독 중인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더 이상 잡지를 읽지 않을 경우, 독자가 구독 중지 대신 정기 구독 유지를 통해 특정 도서관에 기증하는 방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개똥이네 놀이터' 100호는 내달 1일 발행되며 8일 경기 파주시 보리출판사에서 100호 발간 기념식이 열린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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