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관객이 중심이 되는 연극을 만들고, 무엇보다 좋은 연극 제작에 집중하는 쪽으로 국립극단을 개편할 것입니다."
김윤철(65)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17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 임기 동안 국립극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제작 중심으로 극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립극단은 사전 배포한 간담회 자료에서 연간 20여 회에 달하는 공연 수를 3분의 1가량 줄여 작품들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2010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면서 사라졌던 전속 단원제를 부활하고, 워크숍ㆍ학술출판ㆍ교육 등 여러 부대사업도 극단 공연 작품과 연계된 것 위주로 새롭게 프로그램을 짜, 되도록 공연과 관계없는 비용은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김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30여명 정도로 단원 배우를 선발하고, 이들이 연간 최소 2, 3편의 작품에 참여토록 해 장기적으로 국립극단만의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속단원제 부활이 자칫 극단의 관료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민간 극단 배우들의 오디션만으로 작품을 꾸려온 기존 방식으로는 국립극단의 정체성을 만들 수 없다"며 "전속단원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단원 배우들의 재계약 비율을 조정해 경쟁하는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더불어 향후 3년간 레퍼토리를 미리 정해 연출가들이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작품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며 희곡, 소설, 영화 등 여러 분야로부터 다양한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드라마터그실'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명망 높은 해외 연출가, 극단과 교류를 확대하고 프리뷰-트라이아웃(공식 공연에 앞서 관객에 선보이는 시연)을 실시할 계획도 더했다.
그는 레퍼토리 구성에 대해 "우선 한국연극 베스트 10을 선정하고,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를 구속하는 관념과 편견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에서 자신을 제작 경험이 없는 평론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것에 대해 "현장을 떠나 평론을 쓸 수는 없었다"며 "40년 넘게 비교적 공정하고 비판적으로 연극계를 지켜봤으며 앞으로도 자문위 등을 구성,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전부터 논의돼온 명동예술극장과의 통합 문제에도 "국립극단이 현재 간이 극장을 사용하는데 이는 국격의 문제"라며 "그런 차원에서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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