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1심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음에 따라 이제 관심은 통진당의 위헌정당해산 청구 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로 쏠리게 됐다. 헌재 측은 "이석기 의원 선고 결과에 매일 필요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가 일단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는 이날 판결에 고무된 눈치다. 특히 이 의원에 대한 유죄 판단 근거로 재판부가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 모임이 내란 혐의의 주체로 인정된다"고 직접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 위헌정당ㆍ단체 대책 태스크포스 팀장인 정점식 검사장은 "법원이 RO의 위헌성을 확인해 준 것은 우리에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심판 청구 초기부터 통진당이 자유민주체제에 구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위헌 정당이며 주요 근거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RO 모임을 꼽아왔다. 통진당이 RO 모임을 이 의원 등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가 참여하는 당 주요 활동으로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비호해 왔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인적사항이 확인된 RO 구성원 중 통진당원의 비율이 80~90%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통계를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향후 심판 과정에서 RO 모임이 내란음모라는 위헌 활동을 한 조직으로 인정된 이상 통진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검사장은 "사건 수사ㆍ재판기록을 조속히 받아 헌재에 제출하고 RO 모임과 통진당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로 '정치적 탄압'이라는 통진당측 주장이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의원 사건은 정당의 문제라기보다는 RO의 내란음모에 집중한 것이니 당과 RO의 관련성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짐작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RO가 통진당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당의 의사결정을 어느 정도 좌우했는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진당측은 여전히 "검찰이 지목한 RO 구성원은 통진당원의 일부에 불과하고, 당이 활동을 승인한 바도 없어 통진당과 직접 연결지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헌재는 18일 오후 2시 2차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통진당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법학교수로 구성된 양측의 참고인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1차 변론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당 대표가 직접 대리인으로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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